폭염의 여름 끝,
짝짓지 못한 늙은 매미
통곡하듯 흐느낀다.
세찬 비 씻기며
남색 잎 눈물 흘리고,
온몸 들썩이며 떨어질 듯 떨고,
숲길 계곡 따라
마지막 물줄기
아쉬워 목메듯 꺽꺽거리며,
여름은 그렇게
요란히 떠난다.
비 갠 뒤 맑은 하늘 흰 구름 사이
가을 해님 은근히 드러나
부서진 이파리 위에 앉고.
내 마음 풀벌레 교향악 따라갈 때
홀로 남은 까마귀 거친 울음
폭풍처럼 귀를 때리네.
시야는 저 멀리 백운대 신선봉 선연히 드러나고,
답답한 이 마음 저 푸른 하늘에 씻어볼꺼나.
은은한 가을 햇빛 깊고 깊어 내 가슴 뚫고
발끝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