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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야 하는데 헤어질 수 없는 널 어찌할 거나!

by 신피질

삼십 년 전, 함부르크 들판에서 널 처음 만났을 때

넌 싸늘하게 날 막무가내로 괴롭혔지.


그 뒤로 주말마다 널 쫓아다니며

끈질기게 구애했었다.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칠 때도,

폭염이 대지를 녹일 때도

변함없이 널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럴 때면 넌 백옥 같은 살결을 드러내며

미소를 보이다가 산으로 달아나고,

때로는 숲 속으로, 수풀로,

그리고 자주 모래 가득한 웅덩이와

깊은 물속으로 숨었다.


너를 대할 때마다, 정말 두렵고 떨렸다.

행여 네가 잘못되고, 그것이 내 잘못의 결과라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너는 언제나 까다롭고 불편했다.

강렬한 파워를 원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터치를 원했다.


너는 빠르면서 느리게, 힘차면서 부드럽게—

불가능처럼 보이는 양면을 동시에 매 번 요구했다.


내 생각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 몸통과 근육,

그리고 부드러운 손끝의 터치—

오직 육체만을 요구했다.


너의 배반에 몸서리치며

다신 보지 않으려 하다가도

너와의 뜨거운 접촉,

폭발적인 엔도르핀 유혹에

널 놓을 수 없었다.


뜨거운 접촉 후 하늘 높이 날고,

기적같이 신비한 홀로 쑥 들어갈 때,

매번 너무 황홀했다.


하지만, 내 눈이 잠시라도 다른 곳을 향하면

넌 여지없이 질투로 나를 거침없이 내팽개쳤다.

너는 너를 보되,

본다는 생각마저 하지 말라고 했다.


지난 삼십 년 동안

백만 번 널 만났고,

내 여유 시간 전부를

너에게 정성을 다해 바쳤다.


넌 그동안 내 욕망을 끝없이 자극해서

내 생각과 영혼마저 차지해 갔다.


아! 이젠 더 이상 너에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너를 완벽하게 정복하든지,

아니면 널 철저하게 외면해야겠다.


아~ 넌 정복이 불가능한 것이냐.


이젠 너를 십 미터 간격에서

오 미터까지 끌어 왔지만

너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넌 끝없이 중심에 있어야 했다.

햇살 가득한 봄날 앙증맞은 새싹도

화려한 단풍이 가득 차 있어도

끝없이 펼쳐진 푸른 잔디 언덕에서도

나는 오직 너만 보였다.


이젠 넌 자주 내 말을 잘 듣는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리고 똑바로—


하지만 내 욕망의 크기는 더욱 커져,

네가 한두 번만 말을 듣지 않아도

실망과 좌절이 끊이지 않는다.

아! 너를 어쩌란 말이냐!

...

...

...


이 씨—골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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