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1탄>
19년 만의 내 인생에 큰 쉼이다. 19년 동안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휴직을 중간에 해 보긴 했지만, 그땐 아이로 매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었다. 오로지 나를 위한 휴직을 올해 말까지 간신히 회사에서 받을 수 있었다. 정해진 곳이 아닌 내가 정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휴직 동안의 계획을 세우며, 아이와의 시간을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였다. 고3인 오빠만 신경을 쓴 것 같아 중학교에 들어간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학원 숙제로 매일 울상인 딸에게 얘기했다.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학원 끝나면, 카페라도 갈래? 빵이 맛있는 곳을 알았거든.” 내 말에 한참 핸드폰을 보던 딸이 대답했다. “엄마, 주말에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어. 2주 전부터 한 약속이라 취소할 수 없어.”
나는 인내심을 마음 속으로 삼키며 물었다. “그럼 다음 주말은?”
딸은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대답했다. “음. 그때는 이번 주말과 다른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 그냥 시간 맞혀서 학원만 데려다줘.”
유치원 앞에서 들어가기 싫다고 바지 가랑이를 붙잡고 울던 아이는, 주말마다 엄마 어디 갈꺼냐고 물어보며 내내 붙어있던 아이는, 어디에 있는 걸까? 딸의 얼굴에서 그 아이는 너무 희미해져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학원 숙제가 많다고 짜증을 내거나, 내 얼굴보다는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뿐이다.
이제 딸은 내가 옳은 방향이라고 여기는 곳으로 아이의 손을 잡아끄는 것이 아니라 큰 울타리를 만들어 주면 그 나이에 맞게 스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이해해야 할 때인가 보다.
“그래? 그럼 학원 데려다줄테니 그다음은 알아서 해, 엄마도 다른 계획을 세울테니.” 내 말에 딸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 없이 엄마도 충분히 재미있게 혼자 놀 수 있어.’라고 속으로 소리를 지르면 교육 신청 사이트를 열심히 검색했다. 여성문화센터, 평생학습관…….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취미도 딱히 없는데.’
불안한 마음은 들지만, 일단 시작하다 보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 걸 하다 보면 잘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한 번 해보자. 엄마도 엄마 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