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한다. “엄마도 공부할 땐 공부해!”

<홀로서기 3탄>

by 홍민희

일요일 아침 6시, 일어나자마자 식탁에 책을 펴고 앉았다. 일본어능력시험.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공부한 일본어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해 애니메이션 번역가를 살짝 꿈꾸기도 했던, 대학 시절 일본어 공부를 하긴 했지만 25년도 더 된 이야기다.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하고 시험을 본 이후 19년 만에 시험장에 가는 날이다. 그래도 시험에 대한 예의가 있으니, 아침 공부를 해야 했다.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자랑하는 나에게 아들이 물었다. “엄마, 시험 몇 급 신청했어?” “4급.” “몇급부터 있는 건데?” “5급부터 1급, 5급이 제일 쉬운 거지.”“아~ 엄마 존심이 있지. 대학교에서 전공은 아니더라고 일본어 공부했었다며, 근데 4급 신청했다구?” 아들은 내 대답은 상관없다는 듯, 원래 시험이라는 게 70% 이상 모르는 급을 시험봐야 공부도 하고 실력도 는다는 등 잔소리만 계속 이어갔다. ‘아. 아들아. 아빠 닮아 또 잔소리 시작이구나. 히라가나도 안 본지 25년도 더 되었다구. 스트레스 받는 공부가 아니라 그냥 엄마는 젊은 시절 했던 공부 자체를 즐기고 싶은 거라구’


시험장 입구

내가 졸업한 대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거라 긴장보다는 설레는 기분이 더 강했다. 입구에 ‘2025년 제1회 일본어능력시험 시험장’이라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평소 사진 찍는 게 귀찮아 생각조차 하지 않는 내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입구에서 그 안내문을 찍고 있었다. 순간 ‘뭔가 놀러 온 기분이네.’라는 말이 새어 나왔다. 이건 시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다시 마음을 다잡고 강의실로 들어가니, 생각 외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시험을 보러 왔다. 도전의 정의에는 ‘주어진 여건, 나이 제한’라는 뜻이 존재하지 않고, 그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이라는 순수한 단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시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가방에서 일본어시험 교재를 꺼내고 있는데, 아들이 다가왔다. “엄마. 시험 어땠어?” “독해가 제일 쉬었고, 듣기는 좀 망한 듯. 전혀 집중이 안 되더라구” 쇼파에 앉아 TV에 집중하고 있던 남편이 뜬금없이 말했다. “아니, 일본 애니메이션 자주 보지 않았어. 그런데 듣기가 어려웠다구?”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남편에게 ‘에이구, 그거랑 시험 듣기하고 같냐. 애니메이션은 자막이라는 게 있거든’하고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속으로 말을 삼켰다.

“엄마, 그래도 교재 다 봤네?” 내가 꺼낸 책을 훑어보던 아들이 말했다. 나는 알아주는 아들에게 뿌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봤어. 엄마도 공부할 땐 공부해!”

“오호~ 또 언제 시험 있어?” “12월에” “그럼, 급 올려서 또 시험 보는 거야?”

아들의 물음에 나는 그저 웃기만 한다.

keyword
이전 02화엄마가 말한다. “엄마도 오름 오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