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4탄>
“연습들 많이 하고 오셨죠? 솜사탕부터 배웠던 노래 차례대로 쳐 볼까요?”
수강생들이 열심히 선생님의 기타를 따라서 치고 있다. 거기서 나의 손은 이방인처럼 기타 위를 하염없이 헤매고 있다.
나는 왜 기타를 시작했던 걸까?
어렸을 적 엄마를 졸라 겨우 피아노 학원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콩나물 모양의 음표를 겨우 알아갈 무렵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만둔 후 악기 연주는 내 인생 한 켠에 묻어둔 추억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서양 음표라는 걸 몰라도 ‘덩기덕 쿵더러러~~’ 장단만 맞추면 흥이 나는 장구에 빠져 동아리 활동을 위해 대학교 언덕을 열심히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악기를 친다는 즐거움을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 초등학교를 입학하자마자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다행히 아이들도 음악에 흥미를 보여 두 아이 모두 학교 오케스트라단에 들어가 경연대회 참여 등 나름 음악 생활을 즐겼다.
“오빠. 봐, 나 기타 연습한 거, 잘하지?” “야, 내가 더 잘하지” “아무튼 잘난 체는~” 기타를 사이에 두고 오늘도 티격태격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말했다. “평생학습관에서 통기타 수업이 있더라. 엄마도 기타 한 번 쳐볼까.”
그렇다. 기타를 시작한 이유는 집에 기타가 있었고 마침 수업이 있었다.
일주일에 2시간 10 차수, 한 번 수업을 받을 때마다 G코드, E코드, G9코드, FM7 등, 고고 주법, 칼립소 주법, 슬로고고, 커팅, 핑거링 등 코드와 주법은 업그레이드되고 있었으나, 나의 기타 실력은 1단계에서 멈춘 듯했다.
기타 수업 선생님께 ‘부진 학생’이 아닌 ‘평범 학생’이 되고자 혼자 집에서 기타를 꺼내놓고 수업 시간 녹음한 걸 들으며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속이 쓰리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머리에 열이 오르면서 숨이 막혔다. 이거 왜 이러지? 물 한잔을 마시며 좀 쉬다가 기타를 잡으니 또 가슴이 답답해졌다. ‘스트레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기타에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 깨달음을 뒤고 나는 수업 시간에 잘 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코드를 잡는 왼손은 여전히 따로 놀았고, 기타를 사전적으로 치고 있는 오른손은 ‘업다운업다운’ 기본 주법만 반복했다. “네~ 코드 잡는 거 어렵다고 가만히 있지 마시고, 오른손만이라고 부지런히 움직이세요.” 선생님은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한마디 힘을 주셨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딸과 함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황가람 <나는 반딧불> 노래가 흘러나왔다. 기타 수업이 종강된 지도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아~ 이 노래, 엄마 기타 수업에서 배웠는데. 이 노래 가사 좋지? 계속 반복이어서 코드 몇 개만 알면 칠 수 있는 노래인데~” 내 말을 가만히 듣던 딸이 말했다. “엄마, 그 말 벌써 10번은 더 한 거 알지?”
나는 알고 있다. 기타가 내 무릎 위에 다시 올려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숨겨진 의미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