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한다. “엄마도 달리는 여자야.”

<홀로서기 5탄>

by 홍민희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달려가고 있다.”

달리기에 대해 이야기할 때 단골손님처럼 작가들이 많이 소개하는 책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 일부이다. 솔직히 몇 년 전에 읽었지만,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감흥이 없던 책이었다. 그런데 내가 다시 이 책을 빌려 읽고 있는 이유는 바로 ‘달리기’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오랜 직장 생활하다 올해 3월부터 휴직하게 되면서 시작한 운동이 달리기였다.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쉽게 할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가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혼자 있는 것이 별로 고통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딸이 학교 축구부를 하고 싶어서 테스트를 봤는데, 100m 달리기 테스트에서 양쪽 신발이 벗겨져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는 딸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물었다. “왜? 정말 테스트까지 하면서 축구부에 들어가려는 이유가 뭐야?” 딸은 당연한 듯 대답했다. “재미있잖아!”(딸은 지금 2:1의 경쟁률을 뚫고 축구부를 하고 있다.)

이번엔 딸이 물었다. “엄마는 매일 달리기 하는 거 재미없지 않아?” “엄마는 공으로 하는 운동은 전부 싫고, 배드민턴처럼 시합하는 운동도 싫어. 운동하면서까지 경쟁하는 건 너무 피곤한 거 같아. 또 누군가와 약속하고 하는 운동도 귀찮아. 근데 달리기는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엄마가 하고 싶은 만큼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성격이 다른 우리 모녀는 오늘도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없지만, 서로 이해하기 위한 대화를 하고 있다.


3월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동네 공원 한 바퀴(약 800m)에도 힘이 들어 달리다 걷다를 반복했다. 아침 시간 대에 여러 어르신들 사이를 혼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달렸다. 목표가 한 바퀴에서 세 바퀴, 다섯 바퀴로 점차 늘어났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다.’를 글로 아닌 몸으로 체감하고, 거친 숨 대신 조금씩 호흡을 조절하는 법을 체득했다.


토요일 저녁, 아들과 산책하며 운동 앱을 꺼내며 자랑했다. “엄마 이젠 새벽 5시 반에 달리기 하잖아. 봐봐. 이번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일 6㎞ 달렸다고. 엄마도 달리는 여자야.” “오, 일주일 다 합치면 거의 마라톤 풀코스 거리네. 엄마의 목표는 뭐야? 하프? 10㎞?”

아들의 물음에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니. 엄마의 목표는 달리는 동안 한 번도 걷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달려가면서 그저 달려가고 있지만, 거창하게 공백 속을 달리지는 못한다. 오늘도 새벽 사이를 달리며 똑같은 생각을 했다. ‘어제 열심히 뛰었으니 오늘은 그만할까?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같고. 그만 집에 들어갈까? 5㎞ 뛰었으니 1㎞는 걸어서 갈까?……’ 나의 갈등은 달리고 있는 한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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