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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찾아요

나를 찾아요.

by 커피중독자의하루

20대 후반, 도서관에서 컬러조합에 관한 책을 읽은 이후로 나는 색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색깔 있는 옷을 즐겨 입었다. 부드럽고 지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던 30대까지는 파스텔톤을 즐겨 입었고, 생기 있게 살고 싶었던 40대 초반에 들어서는 비비드톤의 옷을 한 둘씩 도전했었다. 그러다가 내 퍼스널컬러가 딥톤이라는 착각을 한 이후부터는 온통 진하고 대비가 강한 옷을 입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때가 나의 살찜의 최정점이었다. 그 살찜과 색이 강한 옷이 콜라보되니 나의 단점이 최대로 부각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식으로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았다. 결과는 페일톤, 라이트톤, 그레이쉬 라이트톤이 나의 베스트 톤이었다. 색을 덜어낼수록 잘 어울리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나는 정 반대로 하고 다닌 진단 전의 내가 몹시 부끄러워졌다. 하지만 옷을 전부 바꾸는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못 하다고 여겨, 여전히 진하고 대비가 강한 옷들을 입고 다녔다. 병이 나기 전까지는.


병이 나고 나니 최상의 컨디션일 때조차 참 별로였다. 생기 없고, 제 나이보다 늙어 보였다. 그래서 퍼스널컬러라도 맞추어서 입으면 예뻐 보이겠지 싶어 하나둘씩 내 베스트톤으로 바꾸어 입었다. 확실히 어울리는 색이 있긴 한 건지 내 베스트톤으로 바꾸니 얼굴빛이 나아 보이긴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페일톤, 라이트톤 속에는 파스텔색도 포함되어 있는데, 그런 색은 고르지 않고 아주 환한 흰색, 조금 더 부드러운 흰색, 조금 회색빛 흰색 등 색이 없는 옷들만 고르고 있었다. 한 때, 색이 너무 좋아서 오피스룩을 고를 때조차도 색에 대한 욕망을 억누르지 못하던 내가 말이다.


무엇 때문인 걸까? 몸이 아파서일까? 나이에 걸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일까? 그게 무엇 때문이든 나를 드러낼 용기를 잃어버린 듯하다.


다시 나의 색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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