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있는 나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다. 최근 색을 잃어가는 나에 대해 성찰한 후,
"그래, 아파도, 중년이어도 생기 있게 살아보자!"라고 다짐했다. 색이 있는 사람이 되고자 파스텔톤 옷을 골라 입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 이 생기를 이어가기 위해, 오늘은 특별히 용기를 내어 혼자 병원에 왔다. 원래 병원 가는 날은 가급적 신랑이 연가를 내어 함께 가주곤 했다. 왜냐하면 혼자 병원에 갔다가 너무 힘들어서 되돌아오지 못한 채 병원에서 강제로 쉬다가 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환자 말을 경청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이 계신다. 그래서인지 갈 때마다 마음이 편안하다. 메모장에 적어 간 내용들을 줄줄이 물어봤다. 역시나 다 대답해 주시는 고마운 선생님.
진료가 끝나고 근처에서 점심을 먹었다. 얼큰 칼국수를 시켰다. 저번에 정형외과 샘이 운동선수처럼 먹으라고 하셔서 자제하고 있었지만 '하루쯤은 괜찮겠지.'식당을 둘러보니 일회용 앞치마가 없다.
'아, 이걸 맬까? 말까?' 나는 그것을 가방에서 넣었다가 뺐다가 하며 망설였다. 이걸 사면서도 이런 용도로 쓸 일이 있을까 싶었었는데. 점심시간이라서 사람들이 꽤 있다.
'이걸 매면 주목받을 텐데...'
하지만 이 빨간 국물은 한번 튀면 지우기 힘들다.
주목받는 게 힘들까 빨간 국물 지우는 게 힘들까? 계산해 본다.
'그래, 나는 합리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이야. 매자, 개인 앞치마를!'
오늘은 혼자 병원도 오고, 혼밥도 하고.(혼밥이야 병을 얻기 전부터 자주 즐기는 편이긴 했지만.)
화룡점정으로 눈에 띄는 개인 앞치마까지!
용기 있는 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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