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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조각들을 이어 보니 치유야

에필로그

by 커피중독자의하루

나는 그동안 치유와 나를 찾는 글쓰기 여정에 나섰었다. 30편의 글을 쓰는 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딱 그것에 대해 써야지 하고 계획하며 쓴 것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그 장면들만 생생히 기억나서 반드시 그 기억들에 관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 여정이 끝났다.


물리적인 치유야 수술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내가 왜 아팠는지 그리고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서적인 답은 찾을 수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속내를 말 못 하고 혼자 속상해하는 모습,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 상처를 쉽게 풀어버리지 못하는 모습 등 나의 성격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모습들 중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모습은 내 곁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은 바라보지 못하고, 부정적인 것에만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 나는 주변에 나를 사랑하고 지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속상했던 일이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 몰두하느라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의 변함없는 애정을 놓치고 있었다.


어릴 때도 그랬다. 중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친했던 한 무리의 친구들이 나를 등지고 험담하기 시작했을 때, 또 다른 친구들이 내게 다가와 손 내밀고 친해지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친했던 무리가 나를 떠나고 험담한 것에만 몰두하여 새로 다가오는 친구들의 손짓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결국 나는 혼자 괴롭고, 이전 친구들도 새 친구들도 떠나가는 형국이 되었다.


수많은 기억들 중에서 왜 하필 그것에 대해 쓰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써 내려갔던 나의 글들의 정체는, 내가 못 느끼고 있었지만 곁에서 변함없이 사랑하고 지지해 준 가족들과 또 다른 사람들의 사랑의 조각이었다.


그런 사랑들을 받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병이 깊어지기 직전 나를 괴롭게 했던 그 상사와 그 후임자에게 집중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갈 용기를 잃었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병에 걸렸을까 자책하며 삶에 대한 두려움도 가졌다. 내 삶에는 분명 나를 사랑해 주고 내게 친절한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도 나쁜 쪽만 바라보며 스스로를 옥죄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글까지 쓰다 보니 내가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잊고 있던 사랑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내가 무엇을 잘해서나 못해서가 아니라 내 모습 그대로, 심지어 내가 부족한 순간에조차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렇다. 완벽하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 좀 부족해도 그 자체로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이제 부정적인 것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려 그들에게 사랑을 흘려보내고자 한다.


이십 여일 후면, 수술을 한다. 혹시나 많은 분들이 걱정하실까 봐 밝히는데 이 병은 곧 죽을 병은 아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병이다. 이번 수술은 이러한 고통의 원인으로 가능성 있다고 보는 것 중 하나인 뇌혈관이 뇌신경을 누르고 있는 것을 떼어주는 수술이다. 수술을 하면 나아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행여나 수술일 전에 글쓰기 여정을 끝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그전에 차질 없이 잘 끝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나를 찾는 치유의 여정이었지만 읽으시는 독자분들께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멈춤의 순간을 허락하시어 치유의 여정을 시작하게 하시고, 그 모든 여정을 함께해 주신 나의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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