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전담경찰관의 올바른 사회규범 이야기
장난처럼 툭 던진 말이
친구 마음에 돌멩이처럼 쿵 하고 떨어질 수 있어.
그 돌멩이가 하나둘 쌓이면
친구 마음이 바위처럼 무거워질 거야.
주말 오후, 차를 타고 온 가족이 마트로 향했다. 햇살에 반짝이는 들판 곳곳에는 노란 민들레가 피어나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창문을 조금 열자 봄의 중턱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푸른 잎사귀의 향을 담아 차 안을 가득 메운다. 새봄이는 창가에 몸을 기대어 흩날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바깥 풍경을 눈에 담고 있다. 신호등 앞에 차가 잠시 멈추자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알록달록 풍선을 든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며 새봄이가 입을 열었다.
새봄: 아빠, 왜 친구를 놀리면 안 돼?
다온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온: 언니야, 친구들이 놀렸어?
새봄: 아니, 오늘 반에서 어떤 애가 다른 친구를 자꾸 돼지라고 불렀어. 그 친구 얼굴이 빨개지면서 울 뻔했는데 애들이 다 웃더라고. 그래서 나도 같이 웃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마음이 좀 이상해.
나는 새봄이의 눈빛에서 진지함을 느꼈다.
아빠: 새봄아, 네가 느낀 그 마음은 참 소중한 거야. 왜냐하면 친구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는 거잖아.
다온: 근데 아빠, 그냥 웃은 건 잘못이야?
아빠: 그렇진 않아. 사람들은 다 같이 모여있을 때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해.
다온: "휩쓸리기도 해"가 뭐야?
아빠: 다온이한테는 그 말이 어려웠구나. 음.. 시람들이 웃으면 그냥 따라 웃게 되는 걸 말하는 거야. 바람이 불면 나뭇잎이 같이 흔들리는 것처럼 말이야.
다온: 아 그냥 따라서 웃는 거?
아빠: 맞아. 그때 새봄이가 웃은 건 그 상황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새봄이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온 걸 거야.
새봄: 응.
아빠: 중요한 건 그다음에 '내가 잘했나?'라고 지금처럼 생각해 봤다는 거야. 우리 새봄이 어른 다 됐네.
다온: 언니 어른 된 거야? 좋겠다. 나도 어른 돼서 자동차 사고 싶어.
아빠: 어이쿠, 다온이는 벌써부터 자동차가 사고 싶구나? 그런데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면허부터 따야 하는데 다온이 할 수 있겠어?
다온: 면허? 면허가 뭔데?
그때 새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새봄: 근데, 애들이 그냥 장난이었대. 장난이면 괜찮은 거 아니야?
아빠: 장난이라고 말해도 친구가 진짜 상처를 받을 때도 있어. 친구 얼굴이 빨개지거나 마음이 답답해지면 그건 장난이 아니야. 놀리는 거야.
다온: (손을 번쩍 들며) 그럼 내가 언니한테 꽈배기 머리라고 한 것도 놀리는 거야?
두 딸은 서로를 힐끔 보더니 동시에 키득 웃었다.
아빠: 그건 언니가 웃으면서 넘어갔다면 괜찮아. 하지만 언니가 기분 나빠했으면 그건 놀리는 거지. 결국 중요한 건 친구가 어떻게 느꼈는지야.
새봄: 맞아, 다온이가 나한테 도깨비 머리라고 했을 때는 기분이 좀 나빴어.
다온: 에이, 난 귀여워서 그런 거야.
초록불에 엑셀을 지그시 밟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빠: 친구를 놀리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친구 마음을 아프게 하기 때문이야. 새봄아, 아빠가 지난번에 마음의 상처는 금방 낫는다고 했을까 아니면 오래 지나고 낫는다고 했을까?
새봄: 오래 걸린다고 했지!
아빠: 맞아. 친구들이 놀려서 생긴 마음의 상처는 겉으로 보이지 않아서 쉽게 낫지 않아.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 남아서 우리를 힘들게 하지.
다온: 그럼 마음에도 밴드를 붙여야겠다!
아빠: 그렇지. 마음에 붙이는 밴드는 약국에서 아직 팔지는 않지만, 만약 그런 밴드가 있다면 그건 아마 친구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걸 거야.
다온이는 아리송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빠: 그런데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해. 너희들 부메랑 알지? 나쁜 말은 부메랑 같아서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똑같이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어.
다온: 그럼 착한 말을 하면?
아빠: 착한 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우리 마음을 기분 좋게 해 줄 수 있지.
다온: 말이 어떻게 부메랑이 돼. 아하하!
새봄: 오늘 그 친구, 계속 속상했을 거 같아. 나는 그냥 웃었는데... 그게 미안해.
아빠: 사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사과해도 좋아. "웃어서 미안해"라고. 그 말이 그 친구 마음을 훨씬 가볍게 해 줄 거야.
새봄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결심한 듯 말했다.
새봄: 내일 그 친구한테 같이 놀자고 말해볼래. 그리고 내가 웃어서 미안하다고 할래.
다온: 좋아! 그럼 나도 언니 안 놀릴래!
새봄: 흥, 너는 그렇게 말하고 또 놀릴 거잖아.
다온: 아니거든? 진짜라니까! 메롱!
새봄: 아빠! 얘 좀 보세요. 또 놀려요!
아빠: 다온아 방금 안 놀린다는 약속, 5초 만에 깨졌다!
다온: 헤헤헤.
아빠: 그래 새봄아. 내일 친구랑 잘 이야기해봐.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야.
새봄: 좀 떨리긴 한데 용기 내서 말해볼게.
아빠: 새봄이가 그렇게 말해줘서 아빠가 참 기뻐. 사람은 항상 완벽할 순 없지만, 잘못한 걸 알았을 때 새봄이처럼 고치려는 마음을 가지는 게 제일 중요한 거야.
새봄: 응. 아빠가 기쁘다고 하니까 나도 기뻐!
마트에 도착하자 두 딸은 장난스럽게 서로를 놀리듯 웃다가도 금세 "장난이야, 미안!" 하고 손을 잡았다. 아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그 모습 속에서 진짜 웃음은 상대를 아프게 할 때가 아니라 함께 배려할 때 나온다는 걸 다시금 느꼈다.
소소하게 주고받는 농담은 가벼운 웃음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농담이 반복되거나 특정인을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형법은 이러한 말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형법 제307조 제1항(명예훼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즉, 단순한 말장난이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상대의 명예를 해칠 경우 실제로 명예훼손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가장 먼저 알려줘야 할 것은 "장난이야"라는 말이 결코 상대에게 입힌 상처를 정당화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웃음을 빌미로 한 놀림이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가 관계를 지탱한다는 사실을 가정에서 먼저 경험하게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 외모나 성격을 놀리기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 칭찬하기, '바보야' 대신 '힘내'라고 말하기, 서로 마음이 상했을 때는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기 같은 작은 실천을 생활 속에서 반복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언어의 무게를 배우게 됩니다. 부모가 존중의 언어를 사용할 때, 아이도 자연스럽게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따뜻하게 대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존중의 언어를 사용했을 때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아빠 마음이 기분 좋아졌어"라고 반응한다면, 아이는 존중의 언어가 자신뿐 아니라 상대의 마음도 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체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