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완성되면 감리자가 먼저 현장을 도면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감리자의 승인이 떨어지면 건설사는 사용승인 신청을 접수한다. 신청이 접수되면, 건축 분야에 대해서 업무대행 건축사가 나와 도면과 일치 여부를 재확인한다.
업무대행 건축사 제도는 건축사에게 사용승인 업무를 위임한 것이지만, 건축과 공무원들의 면피제도이다. 과거에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 직접 위법 여부를 확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장에 한 번도 나오지 않고 허가부터 사용승인까지 처리한다. 그러나 여전히 타 분야는 개별적으로 현장을 방문해 스스로 점검한다.
현장에 위법 사항으로 문제가 생기면 건축과 공무원들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설계자인 건축사와 업무대행 건축사 만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그 가운데 ‘조사 및 검사조서’라는 게 존재한다.
일반인들은 볼 일이 없겠지만, 대지 상태부터 각종 위법 사항이 없는지 체크리스트 형태로 되어 있다. 또한 종합 의견란이 있어 건축사의 의견을 적게 되어 있다.
이 문서는 허가를 접수할 때도 제출해야 하고, 사용승인을 접수할 때도 제출해야 한다. 허가 접수의 경우는 설계자가 작성한다. 과거 사용승인 때 ‘조사 및 검사조서’를 누가 작성해야 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감리자가 해야 하는지 특별검사원이 해야 하는지 말이다. 논란 속에 둘 다 ‘조사 및 검사조서’를 작성한 적도 있다. 현행은 특별검사원이 작성하지만, 그런 해프닝도 있었다.
조사 및 검사조서에는 온갖 법적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보니, 체크함과 동시에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과거에는 종합 의견에 “법적으로 적합함.”이라고 기계처럼 쓰던 문구가 화살이 되어 되돌아오자, 건축사들 또한 포괄적 법적 확인 사항에 대한 문구를 자제하는 추세다.
민원인이었던 건축사가 을이 되었다가 모든 법적 책임까지 공무원들을 대신해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기도 했고, 조그마한 하자나 트집도 넘어가기 일쑤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든 정보가 노출되어 있고 조금만 고생을 하면 누구든 건축사에게 자문을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이 과정에서 얻은 지식으로 소송이 남발되다 보니, 적법함이 허가도서와 일치함이나 법적 구속력이 덜한 문구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건축사의 현장 조사는 사실상 공무원의 일을 대신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자치구별로 소정의 비용을 제공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이를 모른다. 예산이 있는 자치구에서만 지급하는 경우가 있고, 이마저도 지급 금액이 다 다르다. 주면 받는 거고, 안 주면 못 받는 거다. 그런데 그 서류 때문에 법정에 불려 다닌다.
누구도 왜 그 문서를 건축사가 작성해야 되는지 의문을 갖지 않는다. 당연히 해야지라고 여기거나, 대부분 직원들이 작성하기에 건축사 본인들의 기억 속에 없을 것이다.
조사 및 검사조서는 중요한 서류다.
땅의 매매 후 건물이 지어지는 순간부터 완료까지, 단 두 장 짜리 서류 하나가 모든 법적 책임을 대신하고 있으나, 그 중요도는 등한시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