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전거여행 12

루르드에서의 하루 휴식

루르드의 성모 발현은 베르나데트 수비로(성녀 베르나데트, Bernadette Soubirous)에게 일어난 사건입니다.

루르드에서의 하루 휴식

30일간의 여정 중, 우리는 루르드에 도착해 하루의 휴식을 선택했다.
자전거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몸의 피로를 풀어내며, 내일 아침은 성당을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루르드 성당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성지가 아니다.

1858년, 당시 열네 살이던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성모 마리아가 발현한 곳.
이 작은 마을은 그때부터 전 세계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며,
오늘날에도 ‘치유와 기적’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아침 일찍 성당을 둘러보았을 때, 처음엔 웅장한 건물과 황금빛 돔에 눈길이 머물렀다.

하지만 진짜 울림은 그 뒤편 동굴에서 시작되었다.
휠체어를 탄 이들, 부모 손을 꼭 잡은 아이들, 서로를 부축하며 오는 순례자들,
그리고 그 곁에서 묵묵히 돕는 자원봉사자들.
그들이 치유의 샘 앞에 서서 성수를 받아가는 순간, 나는 숨을 고르게 멈추었다.

루르드는 관광지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희망의 자리, 간절함이 기적으로 바뀌길 바라는 곳.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불현듯 내 여행의 이유를 떠올렸다.

32년의 직장 생활을 마치고 떠나온 나의 길.
“선배님, 너무 무리 아니세요?”라는 질문에
나는 웃으며 답했었다.
“30일간의 여행으로 30년의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치 군대 3년을 평생 우려먹는 남자들처럼요. 하하.”

하지만 이곳에 서자, 그 농담이 조금은 다른 빛깔을 띠었다.
내 여정은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내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갈지 묻는 나만의 순례였음을 깨닫는다.

루르드에서의 이 하루가, 내 남은 길을 비춰주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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