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레네 산맥 속 작은 호텔에서
루르드를 떠나며, 피레네로
아침 햇살이 루르드 성당의 첨탑을 비추고 있었다.
출발에 앞서, 나는 성당 뒤편 치유의 샘에 들렀다. 차갑고 맑은 물을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지난 며칠의 피로가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마음 한편에는 알 수 없는 평온이 찾아왔다.
성당을 떠나기 전, 한쪽 벽에 걸린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뚜르 드 프랑스’가 루르드를 거쳐 지나갔던 장면. 환호하는 군중과 선수들의 땀방울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아, 바로 이 길 위에서 나도 페달을 밟는구나.” 잠시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드디어 출발. 길은 점점 숲으로, 다시 산으로 이어졌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나무 사이를 스치는 바람이 서늘했다가, 어느 순간 햇살이 쏟아지며 온몸을 감싸기도 했다.
멀리 피레네 산맥의 윤곽이 또렷이 드러났다. 높은 산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 그 위압감이 오히려 발걸음을 재촉했다.
작은 마을을 지나며 보이는 집들은 고즈넉했고, 길가에 핀 들꽃은 소박하게 고개를 들어 나를 배웅했다.
“그래, 이 길은 단순한 라이딩이 아니라 또 하나의 순례길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페달을 밟았다.
루르드를 떠나 하루 종일 산길을 달린 끝에, 해가 저물 무렵 우리는 피레네 산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 호텔에 도착했다.
바람은 서늘했고, 산 너머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길고 힘든 하루의 끝에서 마주한 이곳은, 마치 숨겨진 쉼터 같았다.
호텔은 겉모습부터 소박했지만,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그림 같았다.
창을 열면 바로 앞에 웅장한 피레네의 능선이 펼쳐지고, 숲 사이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하루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호텔은 오래된 나무와 돌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장엄했지만, 안으로 들어서니 왠지 모르게 눅눅한 공기와 낯선 냄새가 스며 있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달려온 몸은 작은 불편쯤 대수롭지 않았다.
샤워를 마치고 창가에 앉아 산새 소리를 들으며 와인을 마시는 순간, 그곳은 잠시나마 우리만의 안식처였다.
땀으로 젖은 몸을 씻고 창가에 앉으니, “이래서 힘들게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호텔의 저녁 만찬은 유럽귀족이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저녁은 말 그대로 만찬이었다, 산속에서 먹는 식사는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일행들과 와인을 나누며 하루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다 보니, 낯선 곳의 호텔도 금세 우
리의 안식처가 되었다.
그런데…
깊은 밤,
방에서 자던 한 동료가 갑자기 몸 여기저기에 심한 발진과 고통을 호소했다. 곧 알아차렸다.
호텔에 숨어 있던 데드버그(빈대) 때문이었다. 가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물린 자국은 붉고 크게 부풀어 올랐다.
단순한 불편을 넘어, 당장 병원으로 데려가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그날 밤, 우리 모두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매트리스 위에 흩어진 그림자를 의심하며, 몸을 잔뜩 움츠린 채 뒤척였다. 하지만 창밖을 보면 또 달랐다.
달빛이 피레네 산맥의 능선을 은빛으로 감싸고 있었다.
고요한 산의 풍경과 호텔 안의 소동이 묘하게 대비되며, 그 순간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았다.
유럽시골여행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데드버크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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