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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전거여행 14

피레네의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다

by 이쁜이 아빠

오늘도 우리는 해를 등지고 서쪽방향을 달린다.

그 길 위에서 처음 알게 된

루르드와 생장을 잇는 순례길(까미노 데 산티아고)
피레네의 길 위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다

루르드를 출발해 Asson을 지나고, Bielle을 거쳐 Oloron-Sainte-Marie로 향하는 길. 지도 위에 찍힌 빨간 선은 단순히 내가 밟아온 자전거 바퀴 자국이지만, 실제로는 내 인생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궤적처럼 느껴졌다.


푸른 초원 위로 이어진 도로는 끝이 없을 듯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 뒤로는 장엄한 피레네 산맥이 푸른 장막처럼 펼쳐져 있었다.
숨이 턱에 차올라도, 그 풍경은 마치 나를 끌어올리는 거대한 손 같았다.

길가를 달리다 멈춘 순간, 낯익은 파란색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개 모양과 화살표. 바로 까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순례길의 표식이었다. “아, 이곳이 루르드와 스페인의 생장(Saint-Jean-Pied-de-Port)을 잇는 또 다른 길이구나.” 그제야 알았다. 내가 단순히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순례자의 발자취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프랑스 사람들은 이 길을 따라 걷고, 또 어떤 이들은 나처럼 페달을 밟으며 자신만의 여정을 채운다.

나 역시 직장을 떠나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길목에서, 이곳에서 순례자들과 같은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었던 셈이다.

언덕 위 작은 집 창가에는 빨래가 나부끼고, 마을 고양이는 길 위에 드러누워 여행자를 힐끗 바라본다.
사람들의 일상과, 내 비범한 하루가 교차하는 순간. 그것이 바로 여행이 주는 선물일지도 모른다.

산을 넘고, 길을 달리며 나는 깨닫는다.

내 앞에 펼쳐진 길은 오직 나만의 길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이들이 지나온 순례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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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