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자전거여행 15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 생장 도착하다.

드디어 우리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지, 생장(Saint-Jean-Pied-de-Port)에 도착했다.
수많은 유튜브와 방송에서만 보던 그 거리 —

붉은 기와와 흰 벽의 집들,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잔잔한 냇물이
이제는 내 앞에 생생히 펼쳐져 있었다.

돌바닥의 오르막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 위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순례자들이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서로의 언어는 달라도, 그 인사 속에는 같은 설렘과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내가 묵은 곳은 생장의 중심에 자리한 호텔 라뭉쇼(Ramuntcho).
오래된 붉은 목조 발코니 아래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창문마다 걸린 꽃화분이 여행자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그 호텔이 화면에 나올 때면
그날의 공기와 냄새, 그리고 피곤한 몸을 씻어내던 샤워의 온기가 되살아난다.

저녁엔 순례길 출발 전의 축하처럼
레스토랑에서 먹은 스테이크 한 점이 유난히 맛있었다.
피레네 산맥의 바람이 창문으로 스며들고,
와인 한 잔이 여행의 시작을 조용히 축복해 주는 듯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마을을 천천히 걸었다.
붉고 초록, 흰색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조그마한 상점에서는 순례자 배지를 팔고 있었다.
그리고 순례자 사무소(Office des Pèlerins)에 들러
드디어 내 이름이 적힌 순례자 여권(Credencial)을 받았다.

그 종이 한 장을 손에 쥐는 순간,
이 여행이 단순한 라이딩이나 관광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길’ 임을 느꼈다.

그날 밤, 생장의 하늘은 잔잔했고,
산맥 너머로는 내일 넘어야 할 나폴레옹길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진짜 순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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