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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자전거여행 19

Buen Camino

by 이쁜이 아빠

새벽 6시 43분.

스페인 로그로뇨(Logroño)의 고요한 골목을 빠져나올 때, 하늘은 아직 어둠과 새벽빛이 뒤섞여 있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싸늘한 공기 속에 포도밭의 흙냄새가 배어 있었다.
오늘의 여정은 나헤라(Nájera)를 지나 산투르데 데 리오하(Santurde de Rioja)까지 약 70km.


길은 길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Buen Camino’ 좋은 길 되라는 인사처럼, 오늘의 공기는 처음부터 순례자에게 호의적이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붉은 하늘이 조금씩 열렸다. 지평선 끝에서 해가 떠오르며 들판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포도밭 사이의 오래된 돌담, 그리고 하얀 농가 한 채가 조용히 빛을 받았다.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멈췄다. “그래, 이게 오늘의 선물이지.”
길을 나서며 뒤돌아보니, 어둠 속에서 떠오른 태양이 이제는 당당히 세상을 비추고 있었다.

그때 언덕 위에서 스페인의 상징, 거대한 황소 실루엣이 보였다.

붉은 하늘 아래 검은 그림자로 서 있는 그 모습은, 이 나라의 자존심이자 영혼처럼 느껴졌다.
나는 페달을 멈추고 그 풍경을 오래 바라봤다


푸엔마요르(Fuenmayor)와 나바레테(Navarrete)를 지나며 작은 마을의 골목길로 들어섰다.

좁은 길 양쪽엔 오래된 벽돌집과 철제 발코니가 줄지어 있었다.

JO YERÍA’라 쓰인 오래된 시계 간판이 10시30분를 가리키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던 상인이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Buen Camino!”
스페인 사람들의 그 한마디 인사는 언제 들어도 따뜻했다.

마치 “괜찮아요, 계속 가요”라는 위로처럼 들렸다.

조그만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돌벽과 나무 가구, 유리장 속의 와인잔들이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었다.


창가에는 해바라기 두 송이가 햇살을 받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뜨거운 커피 한 모금에 몸을 녹이며 생각했다.


“순례란 어쩌면 이런 순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달리는 것보다 멈춰서, 지금의 나를 바라보는 시간.”

길을 다시 나서자 바람이 등을 밀었다.

들판은 점점 넓어지고, 하늘은 끝없이 푸르렀다.

이윽고 나헤라(Nájera)를 지나며 길은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졌다.

강을 따라 흐르는 바람이 시원하게 볼을 스쳤다.


멀리 산투르데 데 리오하(Santurde de Rioja) 마을의 지붕들이 보이자, 오늘 하루의 여정이 끝났음을 알았다.

황혼이 내려앉을 무렵,

나는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멈췄다.
길 위에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가 천천히 사라져 갔다.
순례란 결국 목적지가 아니라, 그 길을 걸으며 내 안의 무언가를 비워내는 과정이었다.

나는 오늘도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Buen Camino.”
이 인사는 단지 순례자의 인사가 아니다.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당신의 길이 평안하기를’이라는 축복이다.

하지만,뜨거운 오후 유럽 자전거 여행에서 특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제일 생각나는 것은 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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