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통증과의 대화(개발자)

지금의 편안함을 안겨준 고마운 사람들

by 피티대디
KakaoTalk_20250714_115654442.jpg l

힘이 없다.

지쳐 있다.

무언가 계속 생각한다.

힘들어한다.

자주 멍하게 있는다.


개발자분들을 치료하기 전 환자의 상태나 과거력을 묻는 인터뷰를 할 때 느끼는 점입니다.

이분들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지쳐 있습니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지 않는데 그렇게 피곤한 이유는 정신적 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 경험해 보셨겠지만,

갑자기 많은 양의 공부를 하려고 하면 자꾸만 졸리고 피곤함을 느낍니다.

그만큼 정신적인 노동, 즉 뇌를 사용하는 것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개발자분들이 힘든 이유가 이러한 정신적인 노동을 매일, 장시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직업의 가장 큰 특성은 '움직임이 극히 적다.'입니다.

우리 몸은 움직이는데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 움직임의 양이 적어지면 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직업에서 나타나는 통증이나 증상들은 타 직업에 비해 심합니다.

이번 글은 장시간 움직이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야근하는 날도 많고, 하루 종일 앉아 있다 보면 목, 어깨, 손목, 허리, 다리 안 아픈 곳이 없어요."


"장시간동안 움직임 없이 한 자세로 있게 되면 몸의 여러 부분에서 통증이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사무직분들이 '가만히 있으면 근육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아픈 곳이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가만히 있을 때 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근육을 쓰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장시간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앉아 있을 때 몸의 여러 곳에서 통증이 느껴지실 겁니다."


"해결법은 조금씩이라도 자주 움직이셔야 합니다. 대부분 장시간 앉아 있다가 움직이려고 할 때 기지개를 켜거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동작을 크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근육에 더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시간 한 자세를 유지했을 경우 작은 범위 내에서 천천히 움직여 주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고개를 조금씩 돌리거나,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듯이 움직이거나, 배를 내밀듯 허리를 조금씩 펴거나 구부려주시면 됩니다. 이렇게 조금씩 움직인 이후에 큰 동작을 수행해 주시면 무리 없이 움직이실 수 있습니다."


"앉아 있다 일어나면 가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나요. 또, 갑자기 손발이 저릿하거나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혈액순환이 문제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몸에는 동맥과 정맥이라는 혈관이 있는데, 쉽게 말해 동맥은 깨끗하고 영양분이 풍부한 피가 지나가는 길이고, 정맥은 영양분을 주고 찌꺼기를 받은 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동맥으로 지나가는 피는 심장이라는 펌프의 힘을 빌려 온몸을 순환합니다. 온몸으로 퍼진 피는 다시 심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하지만 정맥은 심장의 힘을 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맥의 심장역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근육입니다. 온몸에 있는 근육이 펌프질을 하여 정맥을 다시 심장 쪽으로 흘러가게 해 줍니다. 한마디로 활동량이 적어지면서 근육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해결법은 힘을 주었다 빼는 동작을 반복해주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손가락 구부렸다 펴기, 팔을 접었다 펴기, 다리를 구부렸다 펴기 등이 있습니다. 이것은 스트레칭과는 다르게 근육에 직접 힘을 주어 정맥이 순환할 수 있도록 펌프질을 해주는 것입니다. 특히 손가락과 발가락을 자주 움직여주세요. 이 부분들은 심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혈액순환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곳입니다."


"변비가 자주 생기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차요. 소화불량은 매일 있어서 이젠 불편하지도 잘 모르겠어요."


"기본적으로 장기들(위, 소장, 대장, 방광 등)은 우리가 움직일 때 활동량이 많아집니다. 이러한 장기들은 스스로 움직이는 능력이 아주 약하기 때문에 온몸을 움직여 장기들의 움직임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장기들이 활동을 멈추면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질환들이 나타납니다. 예외로, 배에 가스가 자주 차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식습관, 활동량 저하의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해결법은 점심시간이나 잠깐 화장실을 가는 등 걸을 때 조금 빨리 걸어보세요. 빠르게 걷는 것은 장운동뿐만 아니라 근육이 정상적인 긴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여유시간이 있을 때 빠르게 걷는 것을 자주 해주세요. 빠르게 걷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몸에 힘을 빼고 걷는 것입니다. 과하게 긴장되어 있는 몸이 힘을 빼고 걷는 과정을 통해 이완됩니다. 그래서 내 몸이 긴장이 많이 되어있다면 천천히 힘을 빼고 걸어주시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든다면 그때 조금 빨리 걸어보세요."


"모니터를 오래 보다 보면 눈이 너무 따갑고 아파요, 가끔 뒷골이 땅기는 느낌이랑 두통이 심하게 생길 때가 있어요."


"우리가 무엇인가를 집중해서 볼 때, 특히 화면을 볼 때 눈을 잘 깜박이지 않게 됩니다. 이로 인해 눈이 쉽게 건조해지고 눈이 따갑게 느껴집니다. 또한 화면을 보는 것은 좁은 범위에 시선을 계속 두는 것이라 안구운동이 제한적으로 나타나고 이로 인해 안구를 조절하는 근육이 쉽게 피로해집니다. 뒷골이 땅기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눈을 움직일 때 뒷목의 근육이 같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구 운동이 많아지면 뒷목이 같이 뭉쳐 뒷골이 땅기는 느낌이 들거나 두통이 생기게 됩니다."


"해결법은 눈을 자주 깜박여주세요. 처음에는 눈을 자주 깜박이는 게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연습하다 보면 금세 익숙해지실 겁니다. 만약 쉬는 시간이 있다면 눈을 감아주세요. 눈을 감고 있기만 해도 눈의 피로감이 어느 정도 해소됩니다. 또한, 눈을 감은 상태에서 시선을 왼쪽 위, 아래와 오른쪽 위, 아래로 움직여주세요. 눈동자로 Z자나 N자를 그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운동을 자주 하면 눈의 피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



개발자라는 직업은 앞서 말했듯이 장시간 움직임이 없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느 부위든 한 번 아파지게 되면 통증도 심하게 느껴지고, 회복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예방하는 방법은 일할 땐 자세를 자주 바꿔주시고, 일을 하지 않을 땐 운동을 해주셔야 합니다.

운동은 중강도 이상, 매일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건이 되지 않는 경우,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자주 운동하려고 노력해 주세요.



지금 우리는 손가락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단 몇 번의 클릭으로 예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쉽고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저는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개발자라는 직업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든 현재 삶을, 우리는 당연함보다 감사함을 가지고 살면 좋겠습니다.

이 글이 모든 개발자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9화통증과의 대화(택시운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