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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의 대화(피아니스트)

손끝으로 감정을 엮어내는 사람들

by 피티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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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학교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집 근처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면,

잠시 멈춰 서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피아노 연주를 보러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작은 공연장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연주자를 직접 보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한참 동안 손가락을 움직이며,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장시간 연주를 이어오느라 어깨와 팔이 긴장된 듯했지만,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니 얼굴에는 편안함 묻어 나왔습니다. 그리곤 곧 몰입하여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피아니스트의 열정적인 연주를 감상하면서 우리가 무심코 감상하는 아름다운 음악 뒤에는,

한 사람의 많은 연습과 인내가 숨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늘 우리 곁에서 묵묵히 건반을 누르며 음악을 만들어 내는 피아니스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Q1. 하루 종일 피아노를 연주하다 보면 목, 어깨, 허리가 자주 아파요. 다른 피아니스트들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시던데요. 이런 통증은 어떤 자세 때문에 생기는 걸까요?


A1. 피아니스트들은 대부분 앉아서 연주하기 때문에, ‘정적인 자세’와 ‘상체 긴장’의 유지가 통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피아노를 연주할 때 상체가 앞으로 기울거나, 어깨가 말리며 등이 굽어지면서 목이 앞으로 나오는 자세가 오래 지속됩니다. 또한 무릎과 발의 위치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허리와 골반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하게 됩니다.

이런 반복이 계속되면 단순한 피로를 넘어 신체의 불균형, 어깨충돌 증후군, 허리 통증 등 다양한 근골격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2. 손가락과 손목이 자주 저리고 아파요. 이 통증은 왜 생기는 건가요?


A2. 주된 원인은 반복적인 손동작과 손목 긴장으로 발현되는 목의 긴장 때문입니다.

피아니스트들은 연주할 때 손가락을 수천 번 움직이는데 이때 손목의 굴곡, 신전이 반복됩니다.
이 과정에서 손목에 미세한 염증이 발생하고, 이것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손목터널 증후군’이나 ‘건초염’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팔꿈치와 어깨, 목에도 힘이 지속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테니스 엘보나 어깨통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연습 중간중간 짧게라도 스트레칭과 손목 풀기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3. 피아노를 올바르게 연주하는 자세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요?


A3. 의자 높이와 피아노 높이를 맞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앉을 때 허리를 곧게 세워 자연스럽게 펴 주세요. 그럼 엉덩이 아래 부분의 딱딱한 뼈가 의자에 닿을 거예요. 그 뼈가 의자에 닿아야 앉아있을 때 체중을 받아줄 수 있어요.

무릎은 90도 정도로 살짝 굽히고, 발바닥은 바닥에 편하게 닿도록 합니다.

팔은 어깨보다 살짝 낮게, 손목은 자연스럽게 곧게 유지하며, 손가락은 힘을 빼고 가볍게 듭니다.


이 작은 습관만으로도 손목, 어깨, 허리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4. 연습 시간이 길어서 쉬기 어렵지만, 틈틈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이 있을까요?


A4. 네, 연주 중간에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 있습니다.

목: 천천히 좌우로 돌리며 긴장을 풀어 주세요.

어깨: 팔을 뒤로 돌리거나 어깨를 으쓱거리듯 위로 올렸다 내리며 힘을 빼주세요.

손목: 손가락을 반대 손으로 잡고 가볍게 당기거나 손목을 돌려주세요.

허리: 잠시 일어나 상체를 훌라후프 돌리듯 돌려주며 긴장을 풀어주세요.


20~30초만 투자해도 손과 팔, 허리 근육의 긴장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Q5. 연습을 마친 후에는 온몸이 뻐근해요. 집에서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A5. 네, 집에서는 다음과 같이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온찜질로 뭉쳐있는 근육을 따뜻하게 풀어 주세요. 전기 핫팩을 사용하시거나 샤워할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폼롤러나 마사지 볼로 어깨, 팔, 허리 근육을 풀어주세요.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손가락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의 진단을 받으셔야 합니다.


피아니스트는 반복적으로 손과 팔을 많이 쓰는 직업군이므로, 조기 관리가 특히 중요합니다.


Q6. 마지막으로, 저처럼 피아노를 오래 연습하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6. 피아니스트는 단순히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집중하고 손과 팔을 반복적으로 움직이며, 감정을 담아 음악을 만들어 내는 고강도의 활동을 수행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내 몸을 아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통증을 참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세요. 조금 불편하다면 곧바로 스트레칭과 휴식을 취하세요.

잠시 쉬는 것이 더 오래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정확한 자세, 규칙적인 스트레칭, 충분한 휴식 — 이 세 가지를 지키면 피아니스트라는 길도 건강하게 오래 이어갈 수 있습니다.


피아니스트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강렬합니다.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선율 하나하나가 그들의 마음과 노력, 그리고 시간이 쌓인 흔적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낼 수 있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음악 뒤에는 수많은 연습과 반복, 고통과 통증, 피로를 견뎌낸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도 피아노 앞에서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피아니스트들에게, 작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소리는 단순한 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숨 쉴 수 있는 순간, 그리고 마음 깊이 스며드는 여운입니다.


오늘도 피아노 앞에서 자신의 음악을 지켜주시는 모든 피아니스트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글이 모든 피아니스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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