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사가 말하는 직업병
나는 올해로 13년 차 물리치료사다.
대학병원에서 시작해 요양병원, 재활병원, 한방병원,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를 다니면서 수많은 환자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치료를 하고 있다.
이 글에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알게 된 각 직업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병과 그 직업에 맞는 해결방법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할 직업은 ‘웹 디자이너‘다.
지금부턴 ‘디자이너’라고 칭하겠다.
처음 만난 디자이너분은 목 통증과 손 저림 때문에 병원을 방문(내원)하셨다.
“어디가 아프세요?”
“손이 저리고, 목이 너무 아프고 두통까지 있어요.”
직접 촉진(만져서 진단하는 방법)해보니 목 주변뿐만 아니라 등까지 강하게 뭉쳐있었다.
저림 증상도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해지는 상태였다.
“일단 왜 아픈지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우리가 통증을 느끼는 곳엔 상처가 있어요. 그 상처는 누적되는데 처음에 목이 불편하면 뻐근하고 그다음엔 아프고, 더 아프다가 심해지면 저림 증상이 나타나요. 경험해 보셨겠지만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네 맞아요. 점점 더 아파지다 결국 저려졌어요.”
인간은 계속 움직이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보통 오랫동안 한 자세를 유지하면 대부분 어딘가 아파지게 된다.
“환자분이 기억하셔야 할 것은 ‘오래’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안 돼요. 보통 목이 아프면 우리는 목이 구부정해서 아프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목이 구부정한 게 오래’되면 아파져요. 해결 방법은 ‘오래’ 하지 않으셔야 해요.”
일하다 보면 집중하게 되고 그럼 나도 모르게 목이 점점 굽어지게 된다. 그래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아프기 전’에 목을 한 번 펴주어야 한다.
그리고 집중하면 또 굽어지는데 이때 또 목을 펴준다. 이것을 무한 반복해야 한다.
“웹 디자이너는 업무량이 많고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당연히 오래 일하면 아파져요. 그래서 아프기 전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관리를 시작해 주셔야 해요.”
아침부터 업무를 시작할 때 몸을 자주 움직여서 자세를 바꿔주는 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2~3시간은 훌쩍 지나있고 이미 몸은 아파진다. 이런 것을 ‘직업병’이라고 한다.
“보통 집중하면 내 자세가 어떤지 잊어버리기 때문에 휴대폰에 타이머를 설정해서 3~40분에 한 번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해요. 아니면 포스트잇, 모니터 화면에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표시를 해주시면 도움이 되실 거예요.”
또한 디자이너는 마우스를 오래 잡고 있기 때문에 마우스 잡은 손도 주기적으로 힘을 빼고 가볍게 털어주면 무리가 덜 가게 된다.
작품을 만들고 컨펌을 기다리는 동안 디자이너들은 자연스럽게 오래 앉아 있게 되는데, 이때는 잠깐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앉아주면 몸이 굳지 않는다.
키보드를 잡은 쪽은 항상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가볍게 해주어야 한다.
“업무상 스트레스가 당연히 많으실 텐데 집에 가셔서 자기 전에 눈을 감고 명상을 하시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됩니다. 운동을 하시면 더 도움이 되지만 지금은 많이 힘드시기 때문에 초반에는 자세를 바꿔주시는 걸 우선으로 하시고 휴식을 취해주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일과를 마쳐도 체력이 남아있을 거예요. 그때 운동을 하시면 됩니다.”
만약 목이 너무 아프다면 막대기 형태로 된 도구를 사용해서 양쪽 어깨를 풀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초반에 신경을 써서 자세를 주기적으로 바꿔주면 체력이 생겨서 운동을 할 수 있고, 운동을 하면 그 이후는 스스로 관리할 수 있다.
치료는 양쪽 승모근과 후두(뒤통수)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이분은 약 8회의 치료로 많이 호전되셨고 총 12회의 치료를 끝으로 저림 증상과 통증이 사라졌다.
사람마다 체형이나 앉아있는 자세가 다 다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증상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려드렸다.
생각보다 관리법이 단순하지만 단순할수록 힘이 있다.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모든 사람들이 통증 없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