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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밥상

정윤 작가님의 소설기초 쓰기 방: 제2주 과제 사진 보고 자세히 쓰기

by 이열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상은 차려진 밥상이다.

나에게 가장 맛있는 밥상은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다.

엄마가 차려준 밥상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2025년 7월 어느 날 시골집에서 엄마가 차려준 밥상


빨간색 둥그런 플라스틱 탁자는 꼭 엄마의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인양 정겹고 강렬하다.

그 빨간 탁자 위에 차려진 밥상에는 시골 밭에서 손수 재배한 엄마 손길 담긴 소박한 5가지 반찬들과 된장찌개, 공깃밥 두 공기가 조화를 이루며 따뜻한 밥상을 완성한다. 2리터 생수병에 담긴 보릿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밥상에 소박한 정취를 더한다. 밥공기 옆 반쯤 따라놓은 보릿물 한 그릇에서는 누군가의 배려가 느껴진다. 수고를 덜어주려는 마음, 그 따뜻함이 조용히 전해진다. ‘차린 밥상 주인공’을 향한 ‘밥차린이의 사랑’으로 끓이고 차린 밥상은 그 어떤 밥상보다 정성스럽고 최고의 밥상처럼 보인다.


간장빛으로 은은하게 물든 메추리알 장조림은 네모난 사각 플라스틱 반찬통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처럼 가지런히 있다. 뚝배기에 담긴 된장찌개는 열기를 오래오래 보존하여 따뜻한 국물을 오래도록 먹이고 싶은 어미의 마음이 반영된 것처럼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나며 따뜻한 냄새를 풍기는 듯하다. 황톳빛 된장 국물 사이로 애호박 송송, 양파 숭숭, 부추 싹둑싹둑, 감자 착착 썰어서 넣은 야채들이 알맞게 잘 익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한 숟가락의 국물 속에는 집된장의 구수함과 익숙한 손맛이 섞여 있다.


깻잎 부추 무침이 무심한 듯 툭툭~ 사각 반찬통에 담겨있다. 참기름을 넣었는지 윤기가 좔좔 흐르고 통깨 솔솔 뿌려 고소한 맛을 가미시키고 칼칼하게 고춧가루 넣고 버무린 양념은 식욕을 자극한다. 유일하게 둥근 듯 세모 모양의 흰 접시에 같이 담아낸 고추, 김, 찐 호박잎은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엄마의 사랑 상징 때문인지 묘한 조화를 이루는 듯하다. 밭에서 보던 호박잎들이 축 늘어져서 고추 옆에 나란히 있는 모습이 특히 돋보인다. 호박잎의 까슬까슬함을 없애기 위한 엄마의 손다듬질과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부드러움만 돋보이게 한 초록색 호박잎은 목 넘김을 부드럽게 하고 엄마에게만 느낄 수 있는 포근한 엄마 품처럼 호박잎만의 깊은 정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가지를 삶아서 반토막내고 또 길게 잘라서 갈기갈기 찢어 양념하여 유리그릇의 사각 반찬통에 깨 솔솔 뿌려 담아내었다. 푹 삶아진 것일까 가지의 모습이 흐물흐물해 보이지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일 것 같다. 가지나물 옆에는 노각 무침! 한 여름 쨍한 햇빛을 담아내느라 쭈글쭈글 노리끼리해진 볼품없던 늙은 오이의 변신이다. 껍데기를 까서 흰 속살을 드러내어 고춧가루와 양념으로 옷을 입혀 멋지게 뽐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랏빛 잡곡이 고슬고슬 담긴 밥 두 그릇, 식감과 건강함이 묻어나는 그 찰진 알갱이들이 하얀 그릇에 담겨 든든하게 자리 잡았다. 젓갈 양념통일 것 같은 빨간색 뚜껑 안에는 붉은 빛깔의 배추 겉절이가 익은 시큼한 맛과 아삭 거림, 매콤한 맛이 식사하는 이의 입맛을 한 껏 돋울 것 같다.


빨간 탁자 위에 놓인 소박하지만 다채로운 음식들은 색과, 온기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한 폭의 풍경화처럼 느껴진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따스함과, 눈으로 즐기는 풍요로운 색감이 마음까지 포근히 감싸준다.


"이처럼 소박하지만 가장 완벽한 밥상 위에서, 나는 영원히 변치 않을 엄마의 사랑과 삶의 풍요로움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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