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학교로 돌아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여전히 여름의 열기를 가득 담고 방학 중 잠시 멈춰 있던 교실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8월 20일, 2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벗어난 3주라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돌아왔습니다.
선생님은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한 지난 100일간의 이야기를 [이상한 나라의 6학년]이라는 글로 담아냈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싶지 않습니다. 깊어진 관계는 기대감을 만들고, 부푼 기대감은 결국 목을 조여옵니다. 선을 긋고 아이들에게 명확한 경계를 알려줍니다. 아이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고 아이들의 삶 속에 가급적이면 개입하지 않으려 합니다.
2008년, 허물어진 경계 안에서 만들어진 감정의 교류는 기대감을 만들었고, 기대감은 결국 학부모와 학생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작은 오해로 시작된 얕은 상처가 결국 지워질 수 없는 흉터가 되고 나니, 저도 자신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2025년, 열세 살 아이들과 함께 한 1학기를 되돌아보면 참 이상했습니다. '이상하다'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수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선생님이 그어 놓은 경계를 빤히 보면서도 계속 선을 넘나듭니다. 하루에 한 명씩, 하루에 한 발씩 선을 넘나드니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그 틈을 타 아이들이 자꾸만 선생님의 세계로 넘어 들어옵니다.
지난 1학기, 결국 마음을 내어주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들이 부담스럽기도, 때론 불편하기도 하지만 열세 살 아이들이 보내준 다정함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방학 기간 동안 한 줄, 한 줄 아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표현해 보니, 마음이 더 또렷해집니다. 저는 저희 반 아이들의 따스함을 참 많이 좋아한 것 같습니다. 시작은 아이들이 먼저였지만, 결국 경계를 지우고 선을 넘은 건 저였습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하루하루 저에게 보여 준 따스함이 모래알처럼 기억 속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워집니다. 따스함은 남아 마음으로 기억되겠지만, 좀 더 선명한 기억의 조각으로 남기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보여준 다정한 기억의 조각을 [이상한 나라의 6학년 - 2학기]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저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글을 읽는 다른 분들께도 작은 미소를 건넬 수 있길 바라봅니다. 사소하지만 가슴 따뜻한 열세 살 아이들의 두 번째 이야기도 함께 즐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