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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둘. 즐거움을 주는 단어 찾기

by 콩나물시루 선생님

월요일 아침입니다. 아이들 얼굴에도 피곤함과 짧은 주말의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습니다. 다들 뭐가 그리 바쁘고 피곤한지 아이들도 매번 주말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잠에서 덜 깬 아이들이 칠판 한 귀퉁이에 붙어있는 시간표를 확인하고 책상 서랍 속 교과서를 정리합니다. 시간표를 본 아이 하나가 살금살금 선생님 곁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선생님, 저 오늘 작은 즐거움을 하나 발견했어요.


주말의 아쉬움으로 가득한 월요일 아침, 아이가 발견한 작은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수학이 안 들어서 너무 좋아요.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는 동일합니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본인 몫이지요. 그래서 9월 초, 일주일간 알림장 미션으로 '작은 즐거움 찾기'를 연습해 보았습니다.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보니 실천으로 잘 이어지고 있나 봅니다.


수학의 부재가 즐거움이라니. 왜 그런지 궁금하던 찰나, 사물함으로 향하던 아이가 말을 덧붙입니다.


-선생님, 저는 여러 가지 답이 있는 과목이 참 좋아요. 수학은 답이 정해져 있어 싫더라고요.


평상시 토론과 발표를 좋아하던 아이가 할 법한 생각입니다. 사물함에서 오늘 필요한 교과서를 챙겨 온 아이가 또다시 다급하게 종종거리며 선생님을 찾습니다.


-선생님! 저 작은 즐거움 또 찾았어요. 오늘 희재가 드디어 사회과 부도를 혼자서 챙겼어요!


2학기 사회는 지리 파트입니다. 사회책의 짝꿍으로 사회과 부도 책이 꼭 필요하지요. 1학기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책이라 익숙지 않아서인지, 아이들은 번번이 수업 중간에 챙을 챙기러 가곤 했습니다. 그중 특히나 덤벙거리는 희재는 "선생님, 제발요! 이번 한 번만요!"라고 외쳐대며 매시간 수업시간이 되어서야 사물함으로 향했지요. 그런 희재가 2학기 한 달이 지나서야 스스로 책을 챙기니, 친구의 눈에도 그게 대견한 모양입니다.


선생님 옆에서 종알종알 떠들던 아이는 어쩌면 선생님이 가장 듣고 싶은 한 마디를 남겨줍니다.


-저 작은 즐거움을 찾아보는 게 너무 재미있어요. 찾아보니 주변에 즐거운 일이 엄청 많아요.


내 주변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는 아이가 참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해 보아야겠습니다. 오늘의 알림장 한 꼭지는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단어 5개를 찾기입니다.



2025년 9월 22일 알림장

열둘.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단어 5개 찾아보기



내 주변 일상에서부터 즐거움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삶은 흘러갑니다.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삶을 행복으로 먼저 채워야 합니다. 거창한 행복이 아닌 작은 행복을 찾아냈으면 합니다. 내 주변 손 닿는 곳에서부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반, 사랑, 엄마, 떡볶이, 운동, 가족, 공휴일, 자전거, 주말, 목요일.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단어를 돌아가며 말해봅니다. 자신이 쓴 단어를 말하며 본인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 짓고 있습니다. 오늘 썼던 알림장의 한 꼭지가 내 삶에 미소를 건넬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발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봅니다.



여러분에게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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