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을 정해봅시다.

by 김다정

덜컥 작가님 소리를 듣게 되었다.

소란한 마음으로 국문학도이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여사님은 내가 6 세이던 때부터, 특목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3까지 나를 글쓰기 수업 – 당시에는 글짓기라고 불렀음 – 에 보낸 전적이 있으므로, 틀림없이 함께 기뻐해줄 거라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도 해볼까, 그런 데는 뭘 써내야하노, 하며 20분간의 긴 통화에도 마지막까지 축하한다고 해주셨다.

- 근데, 필명은?

- 글쎄, 아직…

한참 통화를 하던 중 엄마가 던진 질문으로 깊은 고뇌가 시작되었다.

구글에 필명 짓기를 검색해 본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한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도 몇 개 보이고. 요즘은 ai로 작명해 주는 사이트도 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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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마음에 들지 않는 제안만 해주길래 접기로 했다.


역시, 이름을 지을 땐 옥편을 뒤져봐야 하는 건데 서울집엔 당연히 그런 게 없다.

예전에 홍대에서 타로를 보러 갔다가 자기가 성명학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내 이름 봐준다더니 대뜸 이름 바꿔야 한다 했던 아줌마가 기억났다. 내 이름엔 ‘이응’ 자가 많아서 지금도 고집세지만 앞으로 더 강해질 거라고 했는데, 사실 내가 생각해도 고집이 센 편이라 아 이거 돈 주고 지은 이름이라 바꾸기 힘들어요~하고 말았다. 아무튼 그 아줌마가 추천하려던 이름은 뭐였을까.


참고로 블로그 닉네임은 실명을 거꾸로 해서 이미 쓰고 있다. 스타벅스 닉네임도 같은 이름이다. 연구실 얘기에 불평이 없을 수 없는데, 나를 특정할까 봐 쓰던 별명은 안될 것 같다.

부모님 이름을 섞어서 정한 이름은 부모님이 너무 싫어하셔서 사용하지 못할 것 같고, 필명 짓기 정말 어렵다고 생각하며 몇 날 며칠을 고민을 거듭했다.


여기저기 조언을 구해보고 결국 내린 결론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 혹은 삶의 지향점을 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필명 정하는데 시간을 한참 쓴 것에 비해, 어떻게 살고 싶은가는 의외로 명확히 떠올라서 그런 의미를 담는 이름을 정하면 되었다. 처음 생각한 이름은 ‘유강’이었다. 착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이 강하다는 뜻을 담아 부드러울 유에 강할 강으로 정해보았다. 어울리는 성도 생각해 뒀다.

주변인들에게 보여주었을 때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흠.. 이제 글 연재만 시작하면 되군..이라고 생각했는데, 도무지 내키지가 않는 것이다. 유강이라는 이름을 단 나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고, 본명이 더 좋은 것 같고. 차일피일 생각만 미루고 또다시 몇 주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러갔다.


그러다, 불현듯 떠올랐다.

다정이라는 이름이. 다정. 내 삶의 지향점이자 단순한 이름.

종종 까칠이, 가끔 슬픔이와 버럭이가 되더라도 대체로 다정한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며 지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이제는 글을 쓰기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써내려 가는 중이다. 주로 대학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쓸 텐데, 누군가는 내 글을 읽고 위안이 되고 누군가는 도움이 되길. 그렇게 해서 이 글까지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첫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김다정 드림.


덧. 역시 고민이 될 때에는 미루어보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