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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HOLIDAY>_Turnstile

by 김단

저 위에 공전하는 토성처럼 자유롭길


어릴 적 토요일은 늘 설렘의 날이었다. 부모님은 토요일만 되면 꼭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곤 했다. 박물관에 가기도 하고, 때로는 집 앞 공원에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귀찮아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기억들이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토요일이 되면 어딘가 기대감이 든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주말엔 한 번쯤밖에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었다.


대학생에게 토요일은 회복의 날이다.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재충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는 주말마다 늦잠을 자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당장 놀러 나가고 싶은데, 다들 곰처럼 자고만 있으니 답답했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같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평일 동안 쉴 틈 없이 굴러가던 머리를 식히기 위해, 늦잠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큰 술자리는 주로 금요일에 잡혔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그 말에는 늦잠을 자도 된다, 중요한 일이 없다, 밤을 새워도 괜찮다 등 여러 의미가 숨어 있다. 신기하게도 ‘토요일 전날 밤’이 주는 해방감은 달랐다. 토요일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 금요일이 공강이더라도, 토요일만이 가지는 알 수 없는 힘이 있다.


평일을 홀로 쉬는 것과 주말에 다 같이 쉬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주중에 혼자 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면, 창밖으로 학교에 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 느껴지는 묘한 감정은, ‘평일을 휴일처럼 쓰는 것’이 주는 낯선 자유다. 이를 통해 보건대, 평일과 주말은 확실히 다른 역할을 가진다. 평일은 규율의 시간이고, 주말은 휴식의 시간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금요일과 토요일은 긴장감과 기대감, 그리고 편안함이 교차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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