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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에 대한 옹호논변

<일탈>_자우림

by 김단

Deviation


영어로 일탈을 ‘deviation’이라고 한다. 어원을 보면 길이라는 뜻의 via에 de가 붙어 정해진 길을 벗어났다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길’을 정해진 규칙이나 관습으로 바꾸면 우리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일탈’의 의미가 구성된다.


요즘은 대부분 일탈이라고 하면 본래의 의미보다는 확장된 의미로서의 ‘나쁜 짓’을 떠올리는데,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수학에서 deviation은 편차를 의미한다. 이때 일탈은 단순히 기준에서 벗어난 정도일 뿐, 거기에 옳고 그름은 없다.


오히려 세계에서 일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동일 연령대의 사람들의 키와 몸무게를 측정하면 편차는 다양하다. 만약 모두가 평균 주위에 모여 있다면 그곳은 무서운 세상일 것이다. 일탈이 존재하기에 다양성이 유지되고, 각자의 개성을 정의할 수 있다. 어떤 것이 기준에서 떨어져 있기에, 특별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편차는 개성의 영역이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가 말하는 ‘일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해진 무언가에서 벗어나는 것이 부정적인 일인가?


대표적으로, 학생들의 일탈 뒤에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말이 따라붙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공부를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가끔은 학생들을 획일화하기 위해 일탈을 악마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개성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뒷말이 따른다. 그러다 그 길로 성공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선구자라 칭송한다. 신기한 세상이다.


우리의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 ‘일탈’이라는 단어가 희생되는 것은 참으로 마음 아픈 일이다.


나는 일탈을 세상의 자연스러운 이치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서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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