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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불을 기다리던 아이에게

<Freedom>_AKMU

by 김단

약속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국가의 개념을 배울 때 중요하게 다루었던 것 중 하나는 사람들이 왜 법을 따른가였다. 나는 사회 계약설의 설명을 듣고 이거구나 싶었다. 필요에 따라 각자의 자유를 일부 내어 놓는 대신 평화롭게 나머지 자유를 누린다는 이론. 이성적이며 손해보기 싫어하는 인간의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한 것 같았다. 그런 맥락에서 법은 우리의 기본적인 자유를 보장해주고, 사람들은 자신에게 득이 되기에 법을 준수한다.


학창시절 난 투철한 준법정신으로 살았다. 규칙은 절대적인 것이라 믿었기에, 라면 봉지에 적힌 조리법조차 철저히 지켰다. 그러나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서 그 믿음은 점점 흔들렸다.


어떤 규칙이든 정당화가 존재한다. 예컨대 법이 무단횡단을 금지하는 건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차가 다니지 않는 늦은 밤에도 반드시 신호를 기다려야 할까? 어린 시절의 나는 반드시 파란불을 기다렸지만, 점차 법의 목적을 고려하다 보니 굳이 그래야 하나 의구심이 생겼다. 난 그때 깨달았다. 법은 절대 법칙이 아니라, 나와 우리를 위한 합의라는 것을. 그러므로 규칙을 통해 목적이 달성된다면 충분하다. 만약 다른 방법으로도 실현할 수 있다면, 그 규칙을 애써 지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항상 원칙주의자 혹은 완벽주의자라는 소리를 듣던 난, 이제 맥락을 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가졌다. 그 변화 덕분에 "이게 맞을까?"하는 망설임은 사라지고 나의 판단을 믿고 밀고 나갈 힘이 생겼다. 나를 구속했던 규칙이, 비로소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발판이 되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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