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asure>_Bruno Mars
가장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
어린 시절, 나에겐 작은 보물상자가 있었다.
사탕과 각종 불량식품이 잔뜩 들어 있던 그 상자는 다람쥐의 창고 같았다. 지금이야 돈만 있으면 사 먹을 수 있지만, 그때는 언제 다시 손에 넣을 수 있을지 몰라 아껴 두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래서 늘 열어보기만 하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눌렀다.
아마도 어린 내가 스탠포드 마시멜로 실험을 했다면, 받은 마시멜로 역시 그 상자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게 아낀 결과는 의외로 허무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결국 나눔을 해야했다. ‘아끼다 똥 된다’는 속담이 현실이 된 것이다. 내 첫 번째 보물상자는 그렇게 탈탈 털렸다. 그 일을 겪고 뭔가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상자는 곧 다시 채워졌다.
나이를 먹으니 보물의 종류가 바뀌었다.
사탕 대신 돈이었다.
돈은 썩지도 않고, 쌓아 두는 데 손해 볼 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보물 상자를 꾸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대학생이 되자 돈 나갈 곳은 급격히 늘어났고, 잔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는 쌓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에 최대한 소비를 줄이려 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가.
난 비로소 알아차렸다. 나는 모으는 법만 알았지, 쓰는 법을 모른다는 걸.
물론 그렇다고 막 쓰자는 건 아니었다. 단지 너무 절약에만 충실했던 나머지 ‘필요하다’의 기준을 너무 깐깐하게 잡았고, 그러다보니 정작 나 자신을 위한 소비가 억눌려 왔던 것을 느꼈을 뿐이다.
친구들과 함께 다니며 난 충분히 행복했고,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크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실 그거면 충분했다. 굳이 그것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친구들이 옷을 사거나 공연을 보며 즐길 때,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큰 마음을 먹고 옷을 잔뜩 사 보았다. 늘 남이 사준 옷만 입다가 스스로 고른 옷을 입으니 묘한 행복감이 들었다. 금전적 가치 이상의 만족이었다. 그 이후로는 필요하다 느껴지는 곳에는 망설이지 않고 쓰기 시작했다. 물론 쌓이는 돈은 줄었고, 때로는 지출이 수입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쓰는 법을 배움으로써 내가 나를 나답게 만들고 있었다.
두 개의 보물상자는 결국 깨졌지만, 그 과정에서 더 큰 보물을 얻었다. 바로 ‘나를 위해 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