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 Box>_4BOUT & Émilie
극적인 것은?
‘극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드라마와 관련된 강의를 들으며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우리 조는 극적인 사건을 이렇게 정의했다. ‘긴장되는 순간에 비현실적인 사건이 일어나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것‘ 예컨대 외국의 길거리를 걷다가 오래 전에 헤어진 친구를 만난다던가 하는 일 말이다. 본 적은 없지만 분명히 어떤 영화의 한 씬으로 쓰였을 것 같은 그런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내가 지극히 현실주의자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사건을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현실적이거나 비현실적이어야 하지만, 사실 둘은 모순관계가 아닌 듯하다. 분명 비현실적인데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짧고 굵게 보여주는 매체다.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그려낸다. 그리고 우리는 자연스레 등장인물들의 삶에 들어가서 그 이야기를 보게 된다. 마침내 영화가 결말에 이르면, 그 이후 등장인물의 삶을 궁금해한다. 마치 그 인물이 진짜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영화는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본 영화는 ‘고백의 역사‘ 였다. 흔한 클리셰로 가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보았다. 난 주인공의 선택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생각과 감정은 그 세계 안에서 유일하기에 지루할 틈이 없이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건, 영화를 보는 내내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현실에서 연애 감정을 느껴보지 못했음에도 영화는 그 감정을 나에게 보여줬다.
영화의 매력은 거기서 나오는 것 같다. 무엇이든 우리의 삶 속에서 경험하기 힘든 순간들과 그때의 감정들을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 무언가 묵직한 여운을 안겨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