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ddie>_IVE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과 무언가를 ‘잘’ 할 수 있는 능력.
사람이 무언가를 잘하는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 노력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재능이 효율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재능을 가진 자와 노력한 자의 능력치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노력을 강조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재능은 운의 요소이고, 노력은 우리의 통제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등을 이야기하려면 재능보다는 노력을 내세워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재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때로는 불공평하다고 느껴질지라도.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재능과 노력이 함께하는 것이다. 누구나 재능이 하나쯤은 있기에 거기에 노력을 더하면 극강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잠재력을 가진다. 다만 그걸 찾고 키워가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나는 몸을 쓰는 것을 잘한다. 예전부터 유독 ‘운동신경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릴 때는 그냥 잘 뛰어다닌다 정도의 칭찬으로 들었지만,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계속 그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 아크로바틱을 시작했는데, 내 백핸드를 보신 원장님께서도 내게 소질이 있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확실히 몸을 잘 쓴다는 것이다.
내 운동의 역사는 8살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친구를 사귀러 태권도장에 등록한 것이었는데, 그 관성이 이어져 중학생 때도 태권도장에 다녔다. 어릴 때는 놀기만 했으나 중학생이 되고 태권도를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 하필 내가 다니던 시간대에 입시를 준비하는 형들이 많았기에 나도 함께 하드트레이닝을 하게 됐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그냥 참고 열심히 다녔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에이스가 되어 있었다. 입시반 형들과 맞먹는 강력한 꼬맹이가 된 것이다. 그냥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잘한다고 해주니 그때부턴 자부심이 생겨서 괜히 더 열심히 했다. 그때 관장님께서는 공부 못하겠으면 태권도 선수를 하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운동보다는 재능이 없는 공부를 선택했다. 그게 안정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둘 다 봐줄 만한 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게 있다. 재능이 없어도 노력으로 커버할 수 있지만, 재능이 있는 상태라면 같은 노력으로 더 좋은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재능을 부정하려 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