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I Get Old>_Christopher & Chung Ha
단순히 나이만 먹는 것이 아닌,
나는 20살이 되면 무언가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 줄 알았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처럼 키도 크고 얼굴도 변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한순간에 늘어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헛된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우리의 삶은 연속적이다. 나이와 시간은 그런 연속성을 측정하기 위해 인간이 정한 기준일 뿐이다. 항상 머리로는 알지만 내 환상은 쉽게 깨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매년 12월 31일마다 원인 모를 설렘과 허무함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어른'을 정의하기에 나이는 충분하지 않다.
국가는 만 19세가 넘은 사람을 성인으로 인정한다. 그 나이를 넘으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으며,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에 두 가지 조건을 더 추가하고 싶다. 바로 ‘열린 마음‘과 ‘자기 객관화’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어른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잘 알으며 있고 부족한 점은 수용하고 배우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다. 또한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가지고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과도 완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진 사람이다.
어찌 보면 사회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기도 하다. 긴 시간을 살아가면서 경험이 쌓이면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생각을 남에게 고집하거나 그것만이 옳다고 믿는다면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된다. 또한 사람이 감정을 가지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주위 상황과 앞에 있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한다면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중요한 건 하룻밤 새 어엿한 어른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어른이 되기 위해선 늘 새로운 정보에 열려있어야 하며, 주장할 때와 받아들일 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원하는 것이 있어도 참을 줄 알고, 원하지 않는 것도 희생할 수 있는, 상황에 따른 절제와 배려를 실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난 아직 진정한 어른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