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될 거야>_정승제
옷을 겹겹이 껴입고 집을 나서던 날, 7시가 조금 넘은 아침이지만 주위는 여전히 어두웠다. 나는 가방에 노트 몇 권을 집어넣고 필통을 열어 마지막으로 빠진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혹시 신분증을 놓고 가지는 않았을까, 수험표를 잃어버렸으면 어떻게 할까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던 터라 집을 나서기 직전까지 5번 이상 확인했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던 시간, 엄마는 내 옆에 앉아 무언가를 말했지만 나는 듣지 못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조용한 교실 안에 울리는 종이 펄럭이는 소리는 나를 더 떨리게 만들었다.
내 긴장은 1교시 국어 영역 종소리 직전에 극에 달했다. 그 순간 수능 시험장에서 느낀 긴장은 내 인생 최대의 긴장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떨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작 종소리가 울리자 머릿속이 조용해지고 몸이 물에 뜬 것처럼 고요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면접을 보러 갔을 때도, 면접장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온몸의 세포가 요동치다가 막상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상하리만치 편안해졌다. 면접관도 “별로 긴장 안 했죠?”라고 물을 정도였다.
내가 면접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아마도 긴장이라는 건 미결정에 상태에 대한 불안이 원인인 것 같다.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면접관이 무엇을 물어볼지 알 수 없기에 막연한 불안 속에서 긴장이 싹튼다. 그러나 그 실체를 마주하는 순간 더 이상 막연한 불안이 아닌 현실이 되고, 그것을 헤쳐나갈 때 떨림은 사라진다.
때론 긴장이라는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긴장은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에겐 늘 중요한 일이 있고, 그런 순간마다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이 많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우린 그 긴장을 잘 견뎌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 긴장되더라도 막상 마주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만큼 최악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