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_BIBI
방이 더러워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분명 어제까지는 깨끗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보면 난장판이 되어 있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될 리가 없는데..” 분명 며칠에 걸쳐 지속적으로 더러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내 머리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나는 그제야 주섬주섬 침대 위의 옷가지를 들어 옮긴다. 씻고 나서 의자에 대충 걸었던 수건과 개기 귀찮아서 옷장에 쑤셔 넣었던 옷도 꺼내서 정리하기 시작한다. 책상 위 한 곳에 몰아 놓았던 종이 쪼가리와 사탕 껍질도 바깥 쓰레기통으로 유배 보낸다. 그렇게 하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모든 게 새롭게 느껴진다.
책상 위를 치우면 할 것이 없어도 한 번 앉아서 공부를 해볼 생각이 들고, 침대 위를 치우면 괜히 더 포근한 느낌이 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난 드디어 깨달았다. 어지르는 것만큼이나 정리를 할 때도 뇌의 보상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릴 적의 나에겐 청소가 하기 싫은 단순 노동이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뭐가 다르냐 싶겠지만 지금은 청소가 오히려 취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하는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머리카락 한 가닥도 남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청소기를 돌리면 몸이 힘든 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머리카락을 보면 희열이 느껴진다. 난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더 이상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다.
특히 나는 마음이 복잡할 때 그냥 청소를 한다.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할 수 있고, 변화가 눈에 보이면서 기분도 좋아질 수 있는 일이라면 청소만 한 게 또 있을까.
흔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하는데, 청소를 통해 보건대 그걸 좋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최선인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다르게 먹어보기도 하고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찾으려 노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