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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도 내일은 온다.

내일이 무서운 사람들에게

by 김단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무도 모른다.” 내 인생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 나오는 대사다. 주인공인 미지는 매일 아침마다 방문 앞에 서서 이 구절을 외우곤 결심한 듯 방을 나선다.


미지에게는 아픈 과거가 있었다. 불운의 사고로 인해 꿈을 잃었고, 내일을 마주하는 것이 두려워 스스로 방 안에 갇혔던 것이다.


아침의 밝은 빛이 들어와도 오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막막하고 두려움만이 앞서는 그런 감정에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오늘을 살게 된 미지에게 아침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도 한때 아침을 두려워한 적이 있었다. 일어나면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너무나 버거워 잠으로 도망쳤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고 눈을 뜰 때마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치고 나서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새로운 아침이 와있을 뿐이었다.


난 어떻게든 아침을 마주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침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미지의 말처럼 오늘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의 첫 관문인 아침은 중요하다.


나는 일부러 기대할 일을 하나쯤 생각해 본다. 오늘은 학식 대신 외식을 해볼까, 도서관 대신 카페에 가서 공부해 볼까, 혹은 저녁에 영화 한 편 보고 잘까.


사소한 일이라도 새로운 무언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면 같은 하루라도 조금 더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꼭 그것을 실행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아침을 시작하면 하루를 살아가며 조금 더 좋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의외의 것을 마주할 수도 있다.


특히 시험이나 과제처럼 부담되는 날이 있으면 난 일부러 택배를 시켜놓거나 약속을 잡아 놓는다. 그렇게 하면 오지 않았으면 싶은 아침을 은근히 기대하게 되기 때문이다. 양과 음을 상쇄하는 느낌이다.


아침은 미지의 세계를 마주하는 시점이다.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 무엇도 할 수 없을지 모르는 결정의 시간.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두렵기도 하지만, 그것을 자신만의 기대로 채운다면 우리는 침대를 벗어날 용기를 얻을 수 있다.


혹시라도 내일을 마주하기 무서운 독자가 있다면, 아침이 기다려지는 일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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