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하늘을 바라보는 한 사람으로부터.
새벽 두 시의 시간. 이 시간을 핑계 삼아 한 편의 편지를 드립니다.
살아온 시간 동안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은 나를 강하게 짓눌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은 나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살아가야 할 이유를 모를 때에도, 살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를 때에도. 생의 의지는 관성처럼 나를 살려왔고, 끊임없는 굴레에 나를 가두었습니다.
나는 그런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편이 낫다면, 기꺼이 그 방향으로 향하겠습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편이 낫다면, 기꺼이 그 방향으로 향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그 어느 날에, 나는 비로소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될 것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그 모든 날들이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는 날들이라면 좋겠습니다.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살게 하는 그런 날들이라면 좋겠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이 다시 대지로 향했을 때, 절벽 끝에 선 사내가 보이고, 세상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합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윽고 검은 벽 앞에 서면 나는 다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나는 그런 존재입니다.
이런 편지를 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