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의 서울, 시간이 뒤틀린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안녕하세요. 작가 김단입니다.
평소에 딱딱한 글만 써오다가, 이렇게 조금 말랑한 글로 인사드리게 되었어요.
<동경의 시간>은 제가 도전한 첫 장편소설입니다. 앞으로 열심히 세계를 만들어 보겠습나다!
이 소설은 아주 사소한 생각에서 시작됐어요.
‘만약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면 어떨까?’
우리는 대체로 시간이 ‘흐른다’고 믿잖아요.
시계의 초침이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해가 뜨고 지는 걸 보면 정말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죠.
그런데 ‘흐른다’는 표현은 마치 우리가 가만히 있고, 시간이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들려요.
그럼 만약, 시간이 가만히 있고 우리가 그 안을 걸어가는 거라면요? 즉, 우리가 시간에 ‘도달하는’ 존재라면요?
가끔은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이미 겪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미리 기억하고 있을 때도 있죠.
그럴 때면 머릿속이 잠깐 하얘지면서,
지금 내가 사는 이 시간이 정말 ‘현재’가 맞는 걸까, 아니면 이미 지나간 기억 속 한 장면일까 싶어요.
어쩌면 시간은 늘 곧게 흐르지 않을지도 몰라요.
어떤 날은 접히고, 어떤 날은 구겨지고,
그 틈 사이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도 하는 거죠.
그래서 이건,
그 틈 사이에 있던 한 사람의 이야기예요.
그의 이름은 동경.
그는 더 이상 시간을 믿지 못했고, 루아라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시간을 배우게 되었어요.
그녀는 언제나 가까이 있었지만, 동시에 아주 멀리 있었어요.
그녀는 사건의 순서를 잃어버린 사람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간을 사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동경이 마지막으로 바라본 세계의 증인이기도 하죠.
만약 당신도 언젠가
데자뷰를 겪는 날이 온다면,
그때 이 이야기를 떠올려줬으면 해요.
그럼, 이제 이 독특한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