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시간
라디오에서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진다.
"음..."
아직 꿈나라에 있는 듯한 잠꼬대가 들린다.
구겨진 이불이 몇 번 뒤척이고
그 속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왔다.
침대 옆 책상을 더듬거리던 그 손은
간신히 음량 버튼을 찾았다.
목적을 달성한 손은 이제 핸드폰을 찾아 나섰다.
몇 번의 원정 끝에 핸드폰에 닿았고,
핸드폰은 곧장 배게 위로 향했다.
이불이 걷힌 틈으로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이 늘어졌다.
동경은 실눈을 뜬 채로 날짜와 시간을 확인했다.
2025년 1월 5일 오전 7시 30분.
"오늘이.. 1월 5일이구나.."
풀이 죽은 듯한 목소리였다.
"이번에도 효과가 없었네.."
동경은 작은 캘린더 한 권을 꺼내
무언가를 적어 내렸다.
"어제가 분명 1월 1일이었으니까.
그럼 내일은 1월 10일이려나?"
빈 방에 한숨 소리가 울렸다.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가 끝나고
잔잔한 클래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그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 번 잠에 들었다 깨면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있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잠을 많이 못 잔 탓이라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자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이틀을 꼬박 자더니
오늘은 갑자기 사흘이 지나버린 것이다.
동경은 이런 일이 일어난 뒤부터,
잠에든 시간과 일어난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이 긴 잠에서 깨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처음 시도한 방법은 알람 폭탄이었다.
7시 30분부터 1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놓고
소리를 최대로 키웠다.
그런데 그가 소리를 듣고 일어나 보니,
시계는 하루가 지난 7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동경은
아날로그 자명종을 하나 사들고 왔다.
하지만 그것도 핸드폰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날로그시계도 역시 시간을 빠르게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한참 고민을 하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라디오였다.
그의 라디오에는 켜짐 예약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
그렇게 동경은 새해 첫날을 보내고, 기대에 찬 채로 잠에 들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