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민낯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 경구 중에서 가장 유명한 말로, 전설적인 야구 스타 ‘요기 베라’가 1973년 뉴욕 메츠 감독을 맡고 있을 때, 7월까지 동부 디비전 꼴찌였고, 기자가 “너는 안 될 거야”라고 갈구자, 그 기자에게 맞짱을 뜨면서 한 말이다.

요기 베라는 그해 기적적으로 9.5 게임차를 극복하고 동부 디비전 1위를 차지했고, 동부 챔피언쉽 시리즈에서 신시내티를 꺾었지만, 월드시리즈에서는 오클랜드에게 석패했다. 이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스포츠뿐만 아니라, 엄청나네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 인용되고 있다.


오디세우스는 천신만고 끝에 그의 고향 ‘이타케’에 도달했지만, 아테네는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케에 돌아와서도 많은 고난을 참고 견뎌야 할 운명이라고 말해주며, 오디세우스를 거지꼴의 노인으로 탈바꿈시킨다.

이에 오디세우스는 폴뤼페모스가 자신의 전우를 먹어치웠을 때의 험한 꼴을 보고도 참았던 마음을 되새기며, 자신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오디세우스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를 수없이 마음속으로 외쳤을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감격적으로 텔레마코스와 해후하고 나서, 자신의 궁에 죽치고 있는 구혼자들의 복수를 치밀하게 계획한다. “너는 그들이 얼마나 많고 어떤 자들인 내가 알 수 있도록/구혼자들에 관해 빠짐없이 다 이야기하고 그들의 수를 열거해 보아라./그러면 나는 나무랄 데 없는 내 마음속으로 남들의 도움 없이/우리 두 사람만으로 그들에게 대항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남들의/도움을 구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고 심사숙고해 볼 것이다.”


철저한 복수를 위해서,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코스에게 세 가지를 주문한다. 첫째, 자신이 이타케로 돌아왔다는 것을 누구에도 알리지 말라고 한다. 둘째, 자신의 궁 홀 안에 있는 전쟁 무기를 완전히 망가졌다는 핑계를 대며 지붕이 높다란 집의 맨 안쪽으로 옮기라고 한다. 셋째, 구혼자들이 궁 안에서 오디세우스 자신을 모욕해서 그 자신이 치욕을 당하더라도 꾹 참으라고 말한다.

나는 세 번째가 가장 놀랍다. 완벽한 복수를 위해서 모든 굴욕을 감내하며, 구혼자들 앞에서 비굴하게 연기하겠다는 오디세우스의 다짐도 놀랍지만, 이제 갓 20 살인 텔레마코스도 아버지의 당부를 잊지 않으며, 궁 안에서 구혼자들에게 오디세우스가 얻어맞지만,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한편,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궁을 방문하여, 페넬로페와 담화를 나누지만, 페넬로페는 아테네가 변신시킨 노인 거지꼴의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 페넬로페를 오디세우스는 정성껏 위로하고, 페넬로페는 그 위안이 고마워 하녀에게 오디세우스의 발을 씻길 것을 부탁한다.

공교롭게도, 오디세우스의 발을 씻어줄 하녀는 바로 오디세우스의 유모 ‘에우뤼클레이아’고, 그녀는 그의 다리를 씻어 내리다가, 멧돼지의 엄니에 부상당했던 무릎 흉터를 감촉으로 느끼고, 노인 거지꼴의 오디세우스를 알아본다.


깜짝 놀란, 오디세우스는 에우뤼클레이아에게 신신당부한다. “유모! 나는 지금 천신만고 끝에 이십 년 만에 고향 땅에/돌아온 것이오. 그러나 그대가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떤 신이/그것을 그대 마음에 일깨워주신 이상 그대는 잠자코 있어야 하오.”

오디세우스는 궁 안에 머물면서 복수할 기회를 계속해서 엿보지만, 구혼자들을 끊임없이 오디세우스를 갈구고, 그는 인내를 다짐한다. “참아라, 마음이여!/퀴클롭스가 내 강력한 전우들을 먹어치웠을 때 이보다 험한/꼴을 보고도 참지 않았던가! 그때도 이미 죽음을 각오한 너를/계략이 동굴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너는 참고 견디지 않았던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자신의 고향 이타케로 돌아오는 여정 10년 동안에 가장 힘든 기억은 폴뤼페모스와의 격전이었나 보다. 아마도 자신의 동료들을 눈앞에서 폴뤼페모스가 잡아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의 어려움을 상기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참고 견딜 것을 주문하는 오디세우스는 멘탈이 엄청나다.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자신의 결혼 결심을 외친다. “내가 신과 같은 오디세우스의 큰 활을 내놓을 것이니/누구든지 가장 쉽게 손바닥으로 활에 시위를 얹어/화살로 열두 개의 도끼를 모두 꿰뚫는다면 나는 그 사람을/따라갈 것이고 내가 시집은 더없이 아름답고/온갖 살림으로 가득 찬 이 집을,/꿈에도 잊지 못할 이 집을 떠날 것이오.”


여자가 결심하면 남자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것 같다. ‘온갖 살림으로 가득 찬 이 집을, 꿈에도 잊지 못할 이 집을 떠날 것’이라 외치니 그녀의 단호한 마음이 섬뜩하다.

모든 구혼자들이 화살로 열두 개의 도끼를 꿰뚫으려고 시도하지만, 오디세우스의 활에 시위조차도 얹지 못한다. 이런 상황을 관조하던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활에 시위를 얹고 오른손으로 시위를 당겨 보자 구혼자들은 대경실색한다. 오디세우스가 화살을 얹더니 시위를 당기니, 묵직한 화살이 도끼 자루의 구멍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꿰뚫는다.


마침내 오디세우스는 텔레마코스에게 구혼자들을 처단할 때가 됐음을 알린다. “텔레마코스야!/나는 표적을 놓치지 않았고 활에 시위를/얹느라고 지치지도 않았으니까, 나는 아직도 기운이 팔팔하니/구혼자들이 나를 업신여기며 욕하던 것과는 다르지 않은가!/그러나 지금은 아카이오이족을 위해 만찬을 준비할 시간이다.”

자신은 아직도 기운이 팔팔하여, 구혼자들을 싹쓸이할 수 있고, 이러한 구혼자들을 싹쓸이하는 것을 ‘아카이오이족을 위한 만찬으로 준비’하자는 오디세우스의 외침이 놀랍다. 이것을 듣고 있는 구혼자들은 얼마나 두려웠을까?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에게 틈을 주지 않고, 바로 처단한다. 그리고 불과 유황을 가져와서, 홀과 궁전과 안마당을 구석구석 정화한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비질란테’처럼 사적 복수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오디세우스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중에서는 가장 집요한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과 10년 동안의 방황에도 결국 자신의 고향에 돌아오고, 자신의 궁을 되찾을 수 있었다. 무언가를 매조지으려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를 스스로에게 다짐해야만 되나 보다.


오디세이아:호메로스 지음/천병희 옮김/도서출판숲/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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