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주의였던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

by 독자

나의 몇 안 되는 글이기에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보자면,


나는 4년째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고, MBTI는 INFP이다.


MBTI를 맹신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성격을 공유하기에는 적합하다고 생각해 적어본다. ‘씹프피’라는 별명이 있듯, 나는 감정의 진동폭이 꽤 넓은 편이다. 이에 반해 나의 남자친구는 매우 안정적인 사람이다.


내가 한때 비혼주의였던 이유는, 전업주부였던 엄마의 인생과 닮아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극도로 가부장적인 아빠는 집안일을 전혀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굴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 결과 엄마는 늘 양보하고 눈치를 보며 살아왔다.


곁에서 이런 결혼생활을 지켜보면서, 과연 행복한 결혼을 꿈꿀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경제적으로 집안을 좌지우지하는 아빠를 보면서, ‘나는 반드시 공부해서 전업주부만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어린 시절부터 자리 잡았다. 또, 엄마와 같은 삶을 반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남자친구와는 어렸을 때(4년 전) 만나서 결혼은 아직 먼 얘기라 생각했다. 그래서 비혼이나 결혼에 대해 특별히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평생 연애만 하고 결혼은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진 적이 있다. 남자친구가 대답해주길, 본인은 결혼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사람이라,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맺는 것 역시 필수적이지 않다고 말해줬다.


이렇게 서로 어느정도 합의를 봤는데, 정작 이런 논제를 던진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내 주변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에게 “어떻게 결혼을 결심했어?”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나이가 차서”, 혹은 “이 사람이면 같이 살 수 있겠다 싶어서”라는 답을 했다. 그 당시 나는 그런 대답이 막연하고 이해되지 않았다. 마치 전국 1등에게 “어떻게 공부했어?”라고 물었을 때 “교과서 위주로 했어”라는 대답을 듣는 것처럼 와닿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도 똑같은 대답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 또한 남자친구를 바라보며 비슷한 생각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결혼’이라는 무거운 단어 보다도, 이사람과 이대로 천천히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가랑비처럼 잔잔히 스며드는 기분이다. 특정한 사건이나 이벤트 때문이라기보단,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생각이 드는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남자친구의 가장 큰 장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튼 소리’나 작은 거짓말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끔은 무뚝뚝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나는 그의 진심을 더 잘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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