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딸아이와 둘이서
목포 영란횟집에 가서 민어회를 먹자고 떠났던 길
희희낙락 불갑사 들렀다가 함평을 지나가는데
장터에서 파는 한우 생고기가 그리 유명하단다
붉은 육질의 생고기에 눈멀어
무더운 여름날은 생각지도 않고
오십년 전통의 한우 생고기 전문 식당에 들어가서
침 질질 흘려가면서 기름소금에 찍어
한우 생고기 한 접시를 다 비웠어라
핏기마저 싹싹
무안의 어느 한적한 바닷가에서 텐트 치고 자다가
잠결에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다음 날, 목포까지 내려왔을 때는
뱃속에서 검은 천둥이 내리치기 시작하더라
하늘은 노래지고, 위아래로 배수관처럼 쏟아내니
이십 반첩의 백반이 돌 씹는 맛이라
식은땀이 줄줄, 두통이 쩡쩡
민어고 뭐고, 여행이고 뭐고
무슨 날벼락인가
전 날 먹었던 한우 생고기가 안구에 번쩍거린다
상한 날고기의 역겨움이 입가에 삼삼하다
혼절의 바닥에 드러누워서 욕망과 한 몸인 나를 본다
탐욕의 눈먼 장님이여
심과 육이 낱장의 종이처럼 분리되어서
무욕의 세상을 알고도 보지 못하는,
눈앞에 맹독이 든 줄도 모르고
썩은 고기를 집어 먹는
독수리 부리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