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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종태의 봄

by 박재옥


기다리지 않아도 다시 봄은 찾아왔고,

콘크리트처럼 단단하던 저수지의 얼음이 녹아 흘렀고,

학교는 상영날짜에 맞춘 개봉관처럼 다시 문 열었고,

방목했던 학생들 죄다 불러 모아

교정의 울타리 안에다 다시 가두었고,

복도를 지나가다 보면 학생들의 종적은 묘연한데

목쉰 교사의 열강은 다시 교사에 울려 퍼졌고,

뒷산의 나무들 곽 티슈처럼 야들야들한 잎사귀

매달고 싶은지 회임의 입덧을 시작하는 중이고,

지하에서 뱀이 눈 뜰 때 발에 밟히는 산흙이 수상쩍었고,

지난겨울에 사라졌던 낯익은 산새들이 돌아와

무너진 둥지를 수리하는 광경이 목격되었고,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 무너진 둑처럼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바람에 여기가 폐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었고,

교실에서 나온 망가진 책걸상 교체 작업이 진행되었고,

새로 제작된 따끈따끈한 참고서가 속속 교무실로 배달되었고,

갑자기 튀어나와 인사하는 머리 짧은 놈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라고, 홍수 난 듯 학생들은 넘쳐나는데

지난 봄에 하교한 뒤 아직도 등교하지 않고 있는

종태에게선 아직도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종태의 봄은 과연 언제쯤 올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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