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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밥

by 박재옥


맞벌이 부부의 하루는 무형의 전쟁이다


아침마다 아내는 쌀 안치고 세면하고 화장하고 아이 옷 입히면서 순간 이동하며 살았는데, 하루는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밥솥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거다 화장하다가 진동하는 탄내에 기겁하고 뛰어갔을 때는 이미 상황종료 다 타버린 밥 앞에서 겨울 계곡처럼 울고 있던 아내


새들도 먹이 찾아 떠난 늦가을 아침,

연못 수렁에 한 상 가득 차려진 검게 탄 연밥


무거운 봇짐 짊어지고 이번 생을 완주한 후에

천국에 들기 너무 힘들구나


너무 쓸쓸한 당신의 연옥煉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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