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치유기 16
사실 나는 그날의 기억이 거의 없다.
띄엄띄엄 떠오르는 장면, 그리고 아내의 설명.
그것만이 내가 다시 나의 기억을 더듬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아내의 말과 내 기억의 단편들을 모아 정리해 보면,
나는 그날 또다시 충동조절 어려움으로 인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한다.
원인은 그동안 내면에서만 들끓었던 납득할 수 없는 평가 결과에 대한 분노와 원망, 그리고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나는 집 안에 홀로 남아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그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달려온 형님들이 상황을 수습하려 애써 주셨다고 한다.
또한 나는 심리적 동요가 심해 큰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물음에 대한 대답은 간단했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우선순위를 정했다.
셋째, 산재 승인을 통해 휴직 중 경제적인 손실을 어느 정도 보전한다.
다만 해당 건은 안될 수도 있고, 또 오래 걸릴 수도 있기에 집착보다는 일종의 보너스로 생각한다. 그래야 나중에 정신적인 데미지가 적어진다.
이 세 가지 외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올라오는 분노와 불안감은 나를 힘들게 하였다.
주치의를 찾았다.
일단 충동조절이 안 되는 것의 원인인 약물을 변경하자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주치의는 처음엔 반대했지만, 불안감이 강하게 밀려올 때만 복용하기로 하고 동의하였다.
대신 충동조절에 영향이 적은 다른 약을 처방해 주었다.
처음 일주일간은 단약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밤마다 불안감이 엄습하였고, 때론 식은땀도 났다.
그도 그럴 것이 1년 이상 매일 먹던 약이니 갑자기 약 성분이 체내에서 사라지며 어떤 작용을 일으킨 것만은 명확해 보였다.
마침내 1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해당 부작용은 사라졌다.
다만 아직도 내가 충동 조절이 안 되는 부작용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하여 일전에 권유받았던 심리치료를 병행하기로 하였다.
사실 일전에 병세가 악화되었을 때부터 심리치료 병행을 권유받았으나 비용이 고가이기에 일단 망설이게 되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나의 병세 약화시키는 것을 가장 최우선 순위로 정하니 의사 결정은 한결 쉬워졌고, 과감해져서 심리 치료 또한 받기로 결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