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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었던 것, 그리고 희망

마음의 병 치유기 20

by 김해피

어느 날 아내가 도서를 빌려왔다.

사실 초등학생 딸이나 아들을 위해 아내는 수시로 도서를 빌려왔었다.

다만 그동안 나는 일상에 지쳐 보지를 못했을 뿐이었다.


그런 내게 도서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배우 하정우 씨가 작가였던 책.


'걷는 남자 하정우'


현재 나의 생활과 너무 잘 맞는 제목에 우선 눈이 갔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듯 책을 읽기 시작했다.


딱 반나절만에 다 읽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치 난독증이 있는 것처럼 집중하기 힘들던 독서였는데 갑자기 생긴 집중력인지, 마음의 평안함 때문인지 나는 금세 한 권을 정독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소문난 독서광이었다.

그래서 내 친구 어머니들은 모두 다 그런 나를 좋아하며 한편으로 우리 어머니를 부러워하셨다.

가난했던 우리 집은 책을 살 형편이 못되었고, 지금처럼 도서관이 많던 시절도 아니라서 내가 독서를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이 많은 집에 어머니가 마실 가실 때 따라가서 마루 한편에서 그 집의 책을 내가 마음껏 읽는 것이었다.

하지만 점차 성장하며 대입 준비, 군대, 취업준비,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직장생활과 결혼, 육아를 하면서 나의 독서 습관은 사라져 갔고, 후에 독서를 하고자 할 때 집중이 되지 않아 몇 페이지 읽지도 못하고 포기하기가 다반사였었다.


그랬던 나인데 수십 년 만에 다시금 예전처럼 집중하여 독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왕 걷는 것이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오자'


나는 바로 아내와 이를 실행에 옮겼다.

우리는 도서관에 갔다.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였는데 매번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지나갈 때 보기만 했었지 실제로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40년 전 내가 책 읽기를 한창 재미있어할 때는 찾기도 힘들었던 도서관이 부국이 된 현시점의 대한민국에서는 곳곳에 있었다.

더군다나 시설도 너무 좋았고, 장서는 정말 너무 많았다.

거기다가 책은 또 얼마나 깨끗한지.

대여 시스템을 비롯해서 모든 것은 자동화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책 읽기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나는 우선 어떤 책을 읽을지 찾아보았고,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유명 강사인 김창옥 씨의 도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의 책에 빠져들어 3시간 만에 한 권을 정독하게 되었다.

그의 글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뿐 아니라, 글을 읽는 동안만큼은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독서에 대한 열의는 이후 나와 아내뿐 아니라 딸아이도서관에 가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긍정적인 상황까지 나타나게 되었다.


다음편은 마지막 에필로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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