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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간 2

마음의 병 치유기 5

by 김해피

신입사원 공채 출신의 팀원이 있었다.

이 팀원은 늘 자리에 없었다.

항상 어딘가에 숨어 있었고, 업무도 진행하지 않았으며, 늘 거짓말과 핑계로 업무 지연을 정당화하려고 했다.

또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정식으로 질타하는 내게 이 전의 팀원과 마찬가지로, 마치 아이가 떼쓰듯 "팀장님은 제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죠?"라는 질문을 공식적인 회의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게 일상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팀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차마 그렇게 말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게 상식이니까.

하지만 그는 상식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선임 팀원들은 내게 찾아와 불평불만을 하며 왜 그를 제재하지 않느냐고 항의하였다.



금전에 특히 민감한 팀원이 있었다.

엔지니어 공모전을 준비하며 지급받은 경비와, 수상 후 받은 상금을 어떻게 나눌지 논의하는 상황이 있었다.

대부분은 함께 수고한 동료들과 회식을 하거나 나누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팀원은 끝까지 현금으로만 받아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그때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러웠다.

결국 그 팀원이 원하는 방식대로 비용을 모두 공평하게 나누어 지급하였다.


게다가 늘 보기 민망한 복장으로 출근하였다.

그 팀원은 항상 복장이 문제 되었고, 주변에 다른 팀장들이 내게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사실 이를 언급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복장을 언급했다가 괜한 오해를 사면 불필요한 분쟁으로 번질까 우려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김없이 선임 팀원들의 불평불만이 나에게 쏟아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력으로 입사한 팀원이 있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인 면담 후 저녁식사를 가졌다.

그리고 그날 밤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앱에 나와 관련된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하였다.

글 내용이 그날 내가 그 팀원과 나눈 대화와 상당히 유사해 나는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그 팀원은 내가 해당 앱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사실 나는 그 팀원이 쓴 글과 같이 비난받을만한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팀원은 그때 입사한 지 불과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제대로 대화를 나눈 것도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그 팀원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리고 왜 그런 거짓정보를 올렸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다만 이후 그 팀원이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고 불만을 과장해서 상사에게 보고한 후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 재이동하는 것을 보며, 원래 그 팀원의 인성이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팀원의 예상 못한 행동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팀원은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았는데, 욕심이 과다하보니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업무를 하였고, 그 과정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에 이를 수습하기 위해 그 팀원을 내 자리로 불렀고, 원인을 찾고 해결을 하기 위한 논의 중 그 팀원의 업무 실수를 얘기하자, 나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협박 같은 발언을 하여 놀란 내가 왜 그런 말을 하시냐고 반응하자, 이후 감정적으로 반응해 상황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였다.



나의 사소한 말에도 불같이 화를 내며 과격하게 반응해 놓고 사과도 한마디 없었던 팀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나이 어린 동료가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자,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 자기에게 지적하는 행동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며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였다.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경우였다.

사실 이 친구는 나태한 편이고, 잦은 실수를 하였는데, 항상 술을 마시고 다음날 갑작스레 연차를 쓰거나, 지각을 밥먹듯이 하고, 자리에서는 업무 시간에 늘 모바일 게임을 돌리고 있었다.

그날도 그 친구가 만든 버그로 인해 현장에 문제가 생겨 그 친구 자리로 갔다가 모바일 게임을 켜놓은 것을 보고 단지, "문제가 해결되었나 보네요. 게임 돌려놓은 거 보니"라고 했는데 나에게 과격하게 행동하며 소리쳤던 것이었다.



늘 지각하고 업무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졸면서 업무를 지연시키는 팀원이 있었다.

그리고 지연된 사유에 대해서 늘 거짓된 핑계로 일관했는데, 이후 거짓말이 탄로 날 때마다 사과는커녕 늘 자신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자신의 인격을 모독했다고 험담하기도 하였다.

물론 나는 그런 적이 없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졌다.


여직원 간에 서로 갈등이 발생하면 윗사람이 있던 없던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기도 일상이었다.


또한 연말 평가기간이 되면 과거에 눈치 보던 시대와는 다르게 오히려 더 당당해졌고, 평가 결과가 자신에 성에 차지 않으면 온갖 불평불만을 팀장에게 다 내쏟았다.

사실 기업의 개인평가는 상대적이라 결국 줄 세우기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다들 자기가 왜 선두가 아니냐고 하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그때마다 아무 죄 없는 나는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도대체 내가 왜?


경쟁사회에서 능력대로 평가받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순응하거나 그게 아니면 본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나 또한 사원, 대리, 과장, 그리고 심지어 차장, 팀장이 되어서도 끊임없이 기술 공부, 어학공부를 하였다.


하지만 나의 팀원들 중 그런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 내가 속한 대기업은 평가 결과가 평균보다 아래로 나와도 연봉 삭감은 없었다.

기존에 내가 속했던 대기업은 연봉 삭감뿐 아니라 3회 이상 반복적인 저성과자는 권고사직 대상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었다.


정말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금 PTSD 가 떠오르는 빌런들을 매일 상대해야 했던 나 자신이 너무 가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어떻게든 끌고 가보고자 나의 소중한 인생을 허비한 게 참 안타깝고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게 한 팀원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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