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치유기 10
이후 주치의와 면담을 하였는데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이 희미했으며, 귀가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혼란으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 귀가할 수 있었다.
다음날 그런 내용을 듣고 나는 미안함과 후회스러움에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대입을 앞둔 고3 아들과 아직 어린 초등학생 딸, 그리고 나만 믿고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 주고 보살펴 준 아내를 위해서라도 이 상황을 극복해야만 했다.
우선 나의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나의 병의 원인은 명확했다.
그들과의 관계를 최소화하거나 하지 않는 방법을 우선 찾아봤다.
첫 번째는 그들과의 관계를 모두 단절하는 것이었으나, 직장이라는 공간 속에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내가 그들과의 접촉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령,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거나 발령을 받는 방법, 반대로 그들이 이동하는 방법도 고려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들과의 관계의 완전한 단절은 어렵지만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기로 하였다.
다행히 우연한 기회에 몇몇 문제 있던 인원은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같은 공간 속에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스트레스는 지속되었다.
이미 나의 직속 상사인 임원은 나의 병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안타까워했으며, 치유를 위해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었기에 예전과 다르게 야근을 일절 하지 않고 퇴근하는 것 또한 허용해 주었다.
그렇게 처음 한두 달은 나아지는 듯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발생하는 일상조차 현재 발현한 병으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머리는 약의 부작용으로 늘 멍했고, 조금이라도 갑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곤 했다.
현명하고 빠르게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항상 해결책을 내놓아 가족과 동료, 그리고 직장상사에게 칭찬받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