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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에서

by 서완석

화진포 푸른 물가에 서니 잔잔한 호수 위로 세찬 바람마저 숨을 고르고,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만이 숙연한 침묵을 깨우며 되돌아온다.

한국을 제 고향보다 더 깊이 사랑했던 그 이름, ‘셔우드 홀 기념관’만이

시간의 바람 속에 홀로 서 있다.


이 땅의 빛을 안고 태어나 이 강산을 가슴으로 품었으나

도리어 이 나라에서 부당하게 내쳐졌던 영혼이여.
그러나 끝내 돌아와 양화진 깊은 흙 속에 뿌리내린

‘로제타 셔우드 홀’ 일가의 숭고한 사연이 밀려오는 파도 포말처럼 발등 위에서 흩어져 반짝인다.


1932년, 의료선교의 신념으로 결핵의 어둠 속에 던진 작은 별, 크리스마스 씰.

그 순결한 손길 앞에 일제 헌병대는 ‘간첩’이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등불을 쫓아냈으니

이 빛나는 헌신 위로 얹힌 역사의 모순을 어찌 말의 저울로 잴 수 있으랴.


먼 인도의 땅에서도 가난하고 아픈 생명을 일으키던 불꽃 같은 마음은
1991년, 유언을 따라 마침내 그들이 사랑하던 고향의 흙으로 돌아와
영원한 숨을 고르니 그들 일가는 말로만 살지 않았다.


종교가 사람을 걱정해야지 어찌 사람이 종교의 안위를 염려해야 하는가.
종교가 하늘의 목소리를 내야지 어찌 세속의 탐욕을 향해 입을 여는가.
종교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지 어찌 사람이 종교의 제물이 되어야 하는가.
헐벗고 굶주린 이를 살려야 할 종교가 어찌 등 따습고 배부른 권력자의 안녕만을 비는가.




화진포호에서 이철송교수님과 김성태교수님

강릉 안목항 '바다로 간 해송' 2층. 안택식교수님(우측 1열. 전 강릉원주대 교수)께서 정말 맛있는 회를 사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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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포 '제임스 홀 기념관' 개관... ‘로제타 홀' 등 의료선교 외면하는 인천시 - 인천in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터넷신문 - 화진포 '제임스 홀 기념관' 개관... ‘로제타 홀' 등 의료선교 외면하는 인천시 - 인천in 시민의 손으로 만드는 인터넷신문 https://share.google/DRGcLreLnVHIDZHz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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