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4월, 북적임이 좋았다.
소란이 외로움을 지우는 가장 손쉬운 방식이었다.
그러나 내 인생 10월에 닿으니 귀가 밝아져
들리지 않던 작은 소음까지 예민하게 들리고,
억지로 맞추는 대화는 혀끝이 까끌거리며,
억지 웃음을 강요하는 관계는 등 뒤에서 파열한다.
내 인생의 10월은 굳이 맞출 필요 없는 투명한 여백.
관계의 물결 속에 휩쓸리기보다
홀로 앉아 나를 온전히 그러모아야 할 시간.
타오름이 꺼져가는 장작더미 속에서
아직 타닥거리는 빨간 10월의 불씨,
다 타버린 9개월의 푸른 재.
그러나 살아갈 힘을 주는 모임이 있다.
내 인생의 4월에 만나
수많은 소란과 피로 뒤편에서
세월의 강물을 건너며 걸러진 인연들.
문득 기대어 앉을 수 있는 편안한 그늘.
말을 꾸미지 않아도 되고
침묵조차 허락되는 만남은
지친 하루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모임이 끝나고 홀로 돌아오는 길,
온전히 살아갈 힘을 챙겨온 듯하다.
성균관대학교 인천대건고 동문 모임
어느 새 최고 연장자가 되었습니다.
세월은 친하고 싶지 않는데 찰싹 달라붙어 같이 가자 합니다.
신도림역 3번 출구에서 149미터 테크노마트 10층 '샹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