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를 사 먹겠다 쉽게 입에 담지 마라.
저것은 누구에게 삶의 유일한 겨울 목숨이다.
뼈마디까지 데워주던, 벽돌 쌓듯 아껴둔 연탄 삼백 장이다.
골마지 난 김치 함부로 버리지 마라.
저것은 누구에게 어린 날 절여진 어머니의 세월이며,
죽은 맛을 기막히게 살려낸 눈물과 소금이다.
시베리아 한파를 이겨내는 세월의 매운 맛이다.
김치에 가볍게 칼 대지 마라.
저것은 누구에게 천천히 찢어지는 희열이다.
쭉 찢어진 맛이 목구멍에 감겨 올 때,
아! 마침내 비로소, 그 순간이 유일한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