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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by 서완석

어느 뜨거운 여름밤,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던 그때,
달콤한 입맞춤처럼 스치듯 와
눈앞에서 아른거리다, 너울거리다,
끝내 멀어져 간 사람.


어느 뼛속까지 시린 겨울밤,
함박눈이 뭉텅이로 쏟아질 때
속옷 한 장으로 버티라던
그 쓰디쓴 말 한마디. 안녕.


그 말에
심장은 쪼그라들어 웅크리다 못해
등까지 굽어
하늘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밤새 얼어붙어 숨조차 잃었던 푸른 강물이
첫 봄볕 아래에서 문득,
자기 숨을 되찾는 순간처럼.

메마른 가지 끝에
아무 예고도 없이
눈부신 아침 한 점이 걸려드는 그때처럼.


그대 안에서도
모든 어둠을 씹고 삼키며
꼿꼿이 다시 일어설 빛이 있다.

세상의 첫날처럼 투명한 눈빛으로
기어이 떠오를
바로 그 순간을 위하여.

https://youtu.be/4VBRFYccS1g?si=fbaQ2fdDZ0yAO-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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