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잘못을 안하면 되잖아?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고. 맞고, 낙인 찍히고. 벌을 받고… 누구나 화를 내며 혼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아요.
혼낸다는 이유로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마세요. 싸우는 게 싫어요. 내 마음의 결핍과 아픔을 이해해 주세요.
나는 5살 때부터 혼이 날 때 발바닥을 맞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덜 맞는 거였는데. 어느새부턴가 내 전용 몽둥이가 생기더니, 효자손 던지기, 마대자루로 두드려 맞기. 매질 당하기. 머리채 잡기, 망치로 문을 부수기, 집에서 내쫓기, 나가라고 협박하기. 심지어 목조르기 까지. 무결한 그들이 나를 벌하는 거였다면 또 몰랐을까. 그들 역시 무결하지 않았다. 어린이에게 술, 담배 심부름을 시키며 학대 했고, 나에겐 공부를 안하고 논다며 집안일을 시켰다.
“혼나기 싫어요.”
그건 단순히 매를 피하고 싶다는 말이 아니었다. 사랑받고 싶다는, 이해받고 싶다는 어린아이의 가장 작은 기도였다. 그러나 그 기도는 아무에게도 닿지 못했다. 대신 나는 눈치를 읽고, 숨을 죽이고, 억눌린 채 자라야 했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혼나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결국 내가 살아남으려는 의지였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나는 지금도 묻는다. 도대체 어린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기에, 그토록 가혹한 벌을 받아야 했던 걸까.
“혼나기 싫어요.”
이제는 그 말이 부끄럽지 않다. 그것은 결코 나약한 말이 아니다. 한 아이가, 한 인간이, 제 삶을 지키기 위해 끝끝내 붙들었던 마지막 언어다.